법원 "정규직 인정해야" 판결… 현대차서 직접 업무지휘 근거
4년 가까이 끌어온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소송에서 900여명의 사내하청 근로자 모두 현대차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에 대해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이미 있었으나 개별 근로자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는 현대차 측 주장을 일축하고 모든 생산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확인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41부(부장 정창근)는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직원 994명이 현대차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차로부터 직접 업무 지휘를 받은 점을 근거로 “원고들 모두 (불법)파견 근로관계에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라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면 현대차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 다만 이미 현대차 정규직으로 채용된 40명의 청구는 각하됐다.
재판부는 또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현대차 정규직보다 적게 받은 임금에 대해 보상을 청구한 금액 582억여원 중에서 230억여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원 200여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년 11개월동안 해고되면서, 구속되면서까지 포기하지 않았더니 이렇게 승리했다”며 “법원이 정규직으로 인정한 만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현대차와 직접 교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근로자 개인별로 근무조건을 면밀히 검토해 적법 여부를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2010년 대법원이 최병승씨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596명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최대 규모의 불법파견 소송으로 주목받았다. 1심 판결까지 3월 11개월이 걸리는 사이 현대차는 노사 협의를 거쳐 내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4,000명을 신규 채용 형식으로 고용하기로 했고, 이에 합의한 일부 근로자들은 소송을 취하했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는 다른 업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회적 위상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된다”며 이번 판결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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