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 재연기 협상을 하고 있는 한미 양국이 환수시기를 못박지 않고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작권 환수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전작권 조건부 전환’이라는 기형적인 시기조정은 우리 측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부정적인 입장인 미국은 5~7년 연장을 주장했으나 우리측이 선결조건이 모두 완료된 이후에 전작권을 넘겨받겠다고 고집해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내건 핵심 선결조건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정도, 이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 구축 등이 포함돼있다. 그러나 계획대로 북한의 미사일 공격 징후를 탐지하는 기술이 확보됐다 해도 실제 타격이 가능한지가 문제가 되는 등 조건은 갈수록 복잡해질 수 있다.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 확충과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개발 등 킬 체인 무력화를 위한 대응수단 강구를 고려하면 전작권 전환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일부 선결과제 중에는 한미 양국이 아직 착수하지도 않은 내용이 담겨 있다는 얘기고 보면 우리 정부가 전작권을 환수할 생각이나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당초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작권 환수를 2015년으로 연기하면서 북한의 위협과 우리의 준비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국방부는 전환을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똑 같은 이유로 재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은 그때나 지금이나 상존할 뿐 아니라 북핵 문제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한 전작권 전환의 변수가 될 수 없다. 우리의 준비부족은 미필적 고의에 가깝다.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면서 마련한 ‘국방개혁 2020’안을 이명박 정부에서 폐기할 때부터 예고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전작권 환수 재연기는 전작권 환수를 한미동맹 붕괴와 동일시하는 일부 강경 보수세력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올 만도 하다.
전작권 재연기로 우리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미국 MD체제 편입, 한미연합사 용산 잔류 등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이 없어진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군의 대미 의존도 심화와 독자적 작전능력 제약이다. 우리의 생명 줄을 언제까지 미국에 맡겨두고 그것을 최선인양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주적인 방위 능력을 키우면서 한미동맹을 보강해 나가는 긴 안목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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