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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가전로봇 기술표준 주도권 잡으려 공세"

입력
2014.09.1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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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 국제 표준 제정에 한국 주도로 큰 역할한 임성수 교수

"中, IEC 내 로봇 제품 통할하는 상위조직 물밑 추진...

정부 차원의 대응 없인 밀릴 것" 경고

“최근 중국정부가 미래 가전제품 기술의 핵심이 될 가정용 서비스 로봇 관련 국제 표준 제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 업체와 손잡고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몇 년 안에 수십, 수백조원 이상으로 급성장할 관련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게 될 것입니다.”

17일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만난 임성수 교수(기계공학과)는 가전제품 기술에서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내며, 우리 정부와 업계의 분발을 촉구했다. 올 7월22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전기위원회(IEC)는 로봇청소기 성능 평가를 위한 국제 표준(IEC 62929)을 확정, 발표했는데, 임 교수는 이 과정에서 워킹그룹 의장을 맡아 표준을 한국 주도로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

임 교수는 “중국이 최근 IEC 내에 로봇 청소기를 포함한 로봇 기술이 적용되는 서비스 제품 전체를 아우르는 상위 조직인 ‘테크니컬커미티(TC)’를 새로 만들어 TC위원장을 맡으려고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아직은 우리나라를 비롯 다른 나라 업체들은 중국의 주장을 시기 상조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막대한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가전 업체들이 언제까지 중국의 요구를 무시할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7월 로봇청소기 성능 평가를 위한 국제표준 결정을 국내 언론은 관심 있게 다루지 않았지만 로봇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최초 국제 기술 표준을 한국 주도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임 교수는 5년 동안 전 세계 주요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참여해 표준을 만드는 실무 작업을 책임진 워킹그룹 의장을 맡았고, 한국 가전업체들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임성수 경희대 교수가 의장을 맡은 IEC 로봇청소기 성능평가 표준 제정 워킹그룹이 6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마지막 실무 회의를 열고 있다. IEC 제공
임성수 경희대 교수가 의장을 맡은 IEC 로봇청소기 성능평가 표준 제정 워킹그룹이 6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마지막 실무 회의를 열고 있다. IEC 제공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통신 분야의 국제 표준을 한국이 주도한 적은 있지만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인이 워킹그룹 의장을 맡고 표준 제정을 이끈 것은 처음”이라며 “청소기의 흡입력, 커버리지, 이동 방식 등에서 한국업체에게 유리한 방식이 표준에 적극 반영됐고 최소 1조원 이상 규모인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의 점유율 높이는 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미국, 유럽 업체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 놓은 표준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새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며 “로봇청소기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이 추격자(follower)가 아닌 혁신자(innovator)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 표준을 만드는 과정은 치열한 전투”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 아이로봇, 유럽의 필립스, 밀레, 보쉬, 다이슨, 한국 삼성, LG, 유진로봇 등 주요 업체들이 1년에 3번씩 실무회의를 열었는데 청소기를 놓는 각도, 테스트 시간, 심지어 테스트 대상이 되는 먼지의 구성 성분까지도 자국 업체에게 유리하도록 신경전과 논리 싸움을 벌였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카메라와 공간 인지 센서를 단 제품을 만들어 청소기가 알아서 청소 안 된 곳을 찾아 다닐 수 있는 ‘맵핑’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이 기술을 테스트 방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청소기가 맘대로 돌아다니는 랜덤 방식만 쓰는 아이로봇 등 미국과 일부 유럽 업체들은 끝까지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임 교수의 중재로 두 방식 다 공식 채택됐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만든 맵핑 기술이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기회를 얻은 것 만으르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정경선 LG전자 책임연구원은 “이번 표준 결정과정은 국내 가전업체들이 표준 제정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처음엔 회의적이었던 경영진도 전용 테스트 공간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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