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엄 니슨이 납치범을 추적한다. 이 한 줄만 보면 니슨을 액션 스타로 만들어준 히트작 ‘테이큰’이 떠오를 것이다. 니슨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마뜩잖아 했지만 ‘툼스톤’이 ‘테이큰’ 류의 액션 스릴러와는 거리가 먼 영화라는 걸 깨닫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리엄 니슨의 맨몸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테이큰’이 액션에 치우친 스릴러라면 ‘툼스톤’은 액션의 비중을 크게 줄이고 추리에 방점을 찍는 스릴러다.
‘툼스톤’은 하드보일드 탐정소설 작가인 로렌스 볼록의 ‘무덤으로 향하다’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연쇄살인범을 좇는 사립탐정의 추적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은 과거의 실수 탓에 경찰 배지를 반납하고 가족도 없이 혼자 지내는 사립탐정 맷 스커더(리엄 니슨). 아내를 납치한 뒤 살해한 범인을 잡아달라는 마약밀매업자 케니의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맷은 1년 전 발생한 유사 범죄를 찾아내고 연쇄살인범이 마약밀매업자의 가족 중 여자만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툼스톤’은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내용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범죄의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내 살인범과 맞닥뜨리는 과정이 친숙한 장르의 관습 안에서 펼쳐진다. 범작으로 그칠 뻔한 이 영화를 구해내는 건 생생한 캐릭터들이다. 과거의 끔찍한 실수로 평생을 괴로워하며 고독하게 살아가는 형사, 범죄자의 타깃이 된 범죄자 그리고 뒤틀린 형제 관계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남자 등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맷과 살인범들 사이의 심리전은 ‘툼스톤’의 하이라이트다. 암울하고 음습한 뉴욕의 뒷모습과 리엄 니슨의 과묵하고 단단한 연기가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겟 쇼티’ ‘마이너리티 리포트’ ‘더 울버린’ 등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 출신 스콧 프랭크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미국보다 하루 빠른 18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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