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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벽 금가고 물 새는데… "예산 없다"는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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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벽 금가고 물 새는데… "예산 없다"는 서울대

입력
2014.09.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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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문 연 느티나무 어린이집, 교실 복도 쪽 벽면은 통유리로 설치

여름엔 온도 43도 치솟는 등 찜통, 학부모들 "안전불감증 심각" 분통

한 벽면이 유리로 설계된 서울대학교 느티나무 어린이집의 외관. 환기창 크기가 작아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유리가 햇볕에 쉽게 달궈지는 탓에 교실 복도는 여름철에 찜질방으로 변한다. 전 어린이집 교사 제공
한 벽면이 유리로 설계된 서울대학교 느티나무 어린이집의 외관. 환기창 크기가 작아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유리가 햇볕에 쉽게 달궈지는 탓에 교실 복도는 여름철에 찜질방으로 변한다. 전 어린이집 교사 제공
교실 내부 곳곳에 발생한 1m에 달하는 균열로 비나 눈이 오면 누수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 어린이집 교사 제공
교실 내부 곳곳에 발생한 1m에 달하는 균열로 비나 눈이 오면 누수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 어린이집 교사 제공

비가 오면 벽에서 물이 새고, 여름엔 복도 온도가 치솟아 찜질방을 방불케 한다. 서울대 어린이집 이야기다.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지만 대학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보강공사를 미루고만 있다.

16일 서울대 느티나무 어린이집(만5~7세) 학부모회와 전직 보육교사 등에 따르면 어린이집 건물은 문을 연 지 1년도 되지 않은 2012년 여름부터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위층인 4층 교실 벽에 평균 길이가 1m에 달하는 균열이 서너 개씩 생긴 것.

최근까지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A씨는 “비나 눈이 오면 갈라진 틈을 통해 500㎖ 음료수병이 가득 찰 정도로 물이 새어 나와 걸레를 받쳐놓고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며 “이러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다 못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대학원생 5명이 올해 7월 어린이집 옥상에 방수페인트를 칠했지만 누수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들이 오가는 복도는 여름철이면 찜질방으로 변한다. 이 건물 1~4층 교실 복도가 있는 서쪽 벽면은 유리로 돼 있는데, 한낮에는 햇볕에 달궈져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실내 온도가 올라간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한 교사가 복도 온도를 측정한 결과 오후 5시 무렵 43.9도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8월에는 고온으로 화재경보기가 울려 아이들과 교사 25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어린이집이 임시방편으로 블라인드를 설치했지만 올해 여름에도 온도는 35도를 넘었다.

학부모들은 지속적인 개선 요구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대학에 분노하고 있다. 이모(41ㆍ여)씨는 “3년째 누수 방지공사와 건물 외벽 단열재 설치 등을 요구했는데 대학은 여태껏 시설 안전점검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세월호 참사가 남긴 안전불감증 경고에도 무감각한 대학에 할 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을 부실하게 지은 시공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학은 한정된 예산 탓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린이집 관리를 맡고 있는 학생처 관계자는 “보수가 필요한 곳이 많아 급한 곳부터 공사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 보강공사를 못하고 있다”며 “느티나무 어린이집보다 석면이 검출된 백학 어린이집(만3~5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법정기준치를 8배 초과한 석면이 검출된 백학 어린이집의 보수공사 역시 올해 안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학본부와 학부모가 4일 가진 회의에서 올해도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대학 관계자는 “당장 석면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가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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