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납치된 지 나흘 뒤
IS 만나 "무슬림 도운 사람" 설득
2001년 9ㆍ11테러를 주도했던 이슬람 과격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이슬람국가(IS)가 다음 참수 대상으로 지목한 인질에 대해 이례적으로 석방을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5일 “알카에다가 지난해 12월쯤 IS에 붙잡힌 영국인 구호활동가 알란 헤닝과 관련해 ‘고통 받는 무슬림을 진정으로 도우려 했다’며 풀어줄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IS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IS 격퇴 방침에 반발, 미국인 2명과 영국인 1명을 참수했다. IS는 미국과 서방에 IS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네 번째 참수 대상자로 헤닝을 지목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 북부 솔프드 지역 출신 택시운전사인 헤닝은 3년이 넘도록 지속되는 내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시리아 무슬림들의 실상을 알게 된 뒤 마음이 움직였다.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아내와 두 아이를 뒤로 하고 시리아 북부 알다나 지역에 숨어 지내는 난민들에게 의료기기를 전달하려고 5,600㎞에 이르는 먼 여정을 떠났다가 12월 26일 IS에 납치됐다. 헤닝은 함께 떠난 자원봉사단 내에서 유일하게 무슬림이 아니었다고 한다.
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의 한 지휘관이 헤닝 납치 나흘 만에 IS측 납치범들을 만나 “당신들은 무슬림이 아니라는 이유로 납치할 권리가 없고, 이는 이슬람 율법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낳는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IS는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반기를 든 알누스라 전선 등이 포함된 반군으로 함께 활동했으나 잔혹 행위를 서슴없이 저질러 올해 초 반군과 갈라섰다.
인디펜던트는 헤닝을 만난 알누스라 전선의 지휘관을 인터뷰한 한 언론인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현재 특수부대가 헤닝을 구조하려 노력 중이나 헤닝이 어디에 구금됐는지 정보 당국도 잘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 언론인은 “IS는 당시 알누스라 전선 지휘관에게 헤닝을 바로 석방하겠다고 했지만, 헤닝은 알다나 수용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그 뒤엔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15일 “전투기를 동원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과 북부 산자르 산악지대를 하루 동안 공습해 IS 차량 6대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바그다드 인근에서 공습을 단행한 것은 지난달 초 이라크에서 IS 공습을 승인한 이후 처음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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