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이내 작품 43개국 1000여편...이준익·진원석·봉만대 감독 심사
1분상·6초상...스마트폰 특성 반영
"짧지만 전 세계 잇는 새 장르 될 것"
스타 영화감독 이준익, 진원석, 봉만대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계기는 ‘스마트폰’이다.
15일 개막한 KT 주최 ‘올레(olleh) 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집행위원장인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을 비롯, 할리우드 감독 출신 진원석, 독특한 성인영화를 만들어 온 봉만대 등 세 사람은 집행위원으로 기획에서부터 심사까지 참여하고 있다. 장르 제한 없이 스마트폰으로 제작한 10분 이내 단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이 영화제는 2011년 시작된 이후 지난해 처음‘국제’라는 말을 추가하면서 외연을 크게 넓혔다. 올해 43개국에서 1,000여 편이 출품됐다.
주로 본격적인 장편영화를 만들어 온 이들이 스마트폰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스마트폰으로 만든 단편영화의 새로움 때문이다. “과거에는 영화를 만들 때 개념을 먼저 설정하고, 그 개념에 맞게 영상을 구축해 나갔죠. 하지만 지금은 선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들어선 이후 현상이 일어나고, 그 현상을 개념화시키는 사회가 됐습니다. 테크놀로지가 앞서나가면 사람이 정리해 나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거죠. 우리도 그런 흐름을 따라가는 겁니다.”
진 감독은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며 “전통적 의미의 장편영화를 고집하느라 스마트폰이 바꾸고 있는 사회상을 외면한다면 낙오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에는‘1분 부문’과 응용소프트웨어(앱) ‘트위터바인’을 이용해 만든 영화에 수여하는 ‘6초상’이 신설됐다. 트위터바인은 6초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트위터에서 공유하는 동영상 서비스. 지난해 1월 등장 이후 10개월 만에 가입자가 4,0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스마트폰이 만들어 낸 새로운 현상까지도 적극 흡수했다.
그래도 6초는 사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길고, 영화라고 부르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 봉 감독은 이 애매한 6초 영상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6초가 짧다고요? 사랑을 말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 줄 아세요? 길어봐야 2초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많은 수식어를 붙이는 거죠. 사실 임팩트는 그 2초가 가장 강력한데도요.”
실제로 6초상 수상작인 ‘집에 언제 들어가지’는 술에 취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지만 여는 데 실패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다. 이 영상은 반복 재생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간결하지만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1분 본상을 수상한 ‘소원’도 마찬가지다. 밤하늘 슈퍼문을 담은 영상 아래 엄마와 함께 달을 보고 싶어하는 딸과 엄마와의 대화가 내내 소리 없이 자막으로만 흐르는데, 그 60여 초의 여운이 묵직하다.
세 사람은 스마트폰이 상업영화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스마트폰 영화는 10분 미만의 간결한 이야기 위주로, 대형 화면이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소비된다. 영화의 개념이 달라졌다기보다 새로운 장르가 생긴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감독은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매체를 만난 6초 영화는 이때까지 나온 영화 중 가장 짧지만, 동시에 가장 큰 확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역사와 언어, 국가를 뛰어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인 것이죠. 이 짧은 영상이 머지 않아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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