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구체화할 핵심방안이 정부 출범 1년7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 17개 광역시ㆍ도에 기업참여형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해 지역연고 대기업과 벤처ㆍ창업 기업을 1 대 1로 매칭해 전담 지원토록 하는 내용이다. 어제 가장 먼저 출범한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경우 삼성이 대구시와 함께 창업지원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유한 벤처기업을 멘토링해 유망한 기술의 해외진출을 돕는 등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차는 광주, SK는 대전, LG는 충북 등 17개 대기업 별로 전담 지역창조경제센터가 할당됐다.
“너무 애매모호해 손에 잡히는 게 없다”는 혹평을 받아 온 창조경제가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의 본격 가동이라는 형식으로 방향을 잡은 건 지금까지의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이 될 듯하다. 대기업이 창업ㆍ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구체화하고 사업 모델 및 상품 개발, 해외 판로 확보를 지원할 경우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작은 성공 사례들을 축적ㆍ확산시키는 작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게 창조경제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측면도 있다.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사로 잡혀 대기업 지역할당제 같은 1970, 80년대식의 구태의연한 발상으로 접근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름만 창조경제이지, 역대 정권들이 대기업의 등을 떠밀어 시도했던 지역경제 활성화나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과 무엇이 다르냐 싶다. 창의와 자유를 핵심 자산으로 하는 중기ㆍ벤처를 대기업과 묶어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창조경제의 방향성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채 조속히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표출된 결과다.
창조경제는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우리 경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지금까지의 선진국 모방과 추격에서 창조와 혁신을 앞세운 경제구조로 전환하려면 앞으로 30년은 붙잡고 있어야 할 화두일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 5년만 추진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창조경제가 정권 차원의 구호나, 대기업 지역할당제로 변질됐다는 인상을 줄 경우 지난 정부의 ‘녹색성장’처럼 정권이 바뀌면 용도폐기될 게 뻔하다. 대기업들도 협조하는 시늉만 낼 것이다.
창조경제는 하루 아침에 실현되지 않는다. 기초과학 육성부터 정보통신(IT)기술 혁신과 산업간 융합, 이를 위한 교육개혁 등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 변혁이 뒷받침돼야 한다. 창조경제의 큰 방향성과 함께 장ㆍ단기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현 정부 임기 내에 할 일을 추가로 보완해 내놓아야 한다. 현 정부에선 패러다임 전환의 주춧돌만을 놓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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