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보여주기식 행정 여전 이달 저층부 개장 여부 최종 결정
프리오픈 종료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신축 공사 현장. 공사가 한창인 월드타워동 82층에 양복차림에 안전모를 쓴 시민 8명이 올라섰다. 이들은 제2롯데월드의 고층부 안전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시민자문단이다. 이날 점검은 서울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리오픈으로는 안전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이들이 방문한 82층은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가장 높은 층이다. 64층 공사장에서 호이스트(공사용 승강기)로 78층까지 올라간 뒤 다시 폭 50cm 가량의 간이 사다리를 타고 꼭대기층에 올라선 자문단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자문단은 월드타워동 코어(중앙기둥)에서부터 공사장 인부들이 다니는 난간을 따라 걸으며 육안으로 시설물을 살피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난간 추락 위험은 없는지, 300m높이에서 작업하는 타워크레인의 작동 상태와 와이어의 기계적 결함 여부 등을 확인했다.
25분 동안 현장을 돌아보던 안무영 한국건설안전협회 회장은 “크레인이나 운반 작업이 실시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안전상황을 점검했다”면서 “난간대 흔들림이나 발걸림 등을 지적할 수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고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2시간 30분간 현장을 둘러본 자문단은 고층부를 포함해 저층부 에비뉴엘동의 유리마감 상태와 방호데크 등 이날 점검 전반에 대해 합격 판정을 내렸다. 박구병 한국시설안전공단 건설안전본부장은 “건축이 움직이는 생물처럼 진행되는 성격이라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2,3개 층씩 올라갈 때마다 반복적으로 점검하고 있는데 이중 삼중 점검에도 아직까지 승인을 불허할만한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프리오픈 전에 시민자문단이 내린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의 합격 판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반복된 점검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았다. 애초에 안전점검을 한 이유가 안전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였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프리오픈 전의 검증과 비교해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라고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진 동선에 따라 육안으로 훑고 지나가는 수준이라 세밀한 점검이 어려웠던 데다 서울시가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점검 일자를 통보해 핵심 항목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시민 참여 종합방재훈련도 이날 실시되지 않았다. 전문가를 동원한 안전 점검 역시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행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프리오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시는 16일 예정된 월드타워동에 대한 2차 점검과 주차장 예약제와 안전상태, 교통상황에 대한 자문단 점검 내용을 종합 검토해 이달 중 임시 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교통혼잡 극대화, 석촌호수 주변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2롯데월드 저층부 3개동 개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