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 법인 좌지우지" 반발 확산
총무원 측 "사유화 방지 취지" 맞서 선학원 법진스님은 승단 추방 징계
소속 승려만 700~800명 달해, 대규모 종단 이탈 등 후폭풍 예고
조계종이 교계의 법인들을 종단 산하에 두려 제정한 법 때문에 혼란에 휩싸였다. 한국 선불교의 대표적 선승인 인천 용화선원 원장 송담 스님이 탈종을 선언한 데 이어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멸빈(승단 추방) 처지에 놓였다. 두 사람을 따르는 스님들도 이미 탈종 의사를 밝혔거나 제적원을 제출해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불교계에 따르면 용화선원이 속한 재단법인 법보선원의 이사장인 송담 스님, 상임이사 환산 스님, 이사 동해 스님 등 9명의 이사진과 감사 인봉 스님 등 10명은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교계지에 탈종 공고를 의뢰했다. 정식 제적원을 내기 전 탈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앞서 송담 스님은 최근 상좌(제자)들에게 “용화선원의 탈종으로 불이익이 우려되거나 부담이 되면 언제든지 다른 스승을 찾아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담 스님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함께 중국 당나라 때 ‘남설봉 북조주(南雪峰 北趙州)’에 빗댄 ‘남진제 북송담(南眞際 北松潭)’으로 불린다. 그 정도로 널리 존경 받는 선승이기에 그의 탈종 선언은 교계에선 큰 충격이다. 이사진을 포함해 송담 스님의 상좌가 30명에 달해 제자 스님들의 뒤이은 탈종도 예상된다. 조계총 총무원 총무부장인 정만 스님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원각사로 송담 스님을 설득하려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재단법인 선학원의 이사장으로서 조계종에 제적원을 제출한 법진 스님도 이날 초심호계원에서 멸빈 징계를 받았다. 보름 이내 재심호계원에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징계가 확정된다. 선학원 소속의 조계종 승려는 700~800명에 달해 후폭풍도 우려된다. 이미 법진 스님과 함께 이사 10명, 감사 2명 등 12명의 임원진 스님도 제적원을 냈다. 선학원은 일제의 사찰령에 반대해 민족불교를 지키자는 뜻에서 만공 스님 등이 주도해 만들었다.
저명한 두 스님이 조계종과 선을 긋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올 6월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통과, 발효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법인법) 때문이다. 조계종은 사찰보유법인과 사찰법인 등을 종단의 테두리에 두기 위해 이 법을 마련했으나, 제약을 받게 된 법인들은 반발이 거세다. 송담 스님이 이끌고 있는 재단법인 법보선원은 사찰 자체가 법인인 사찰법인, 선학원은 사찰보유법인이다. 법보선원에는 4개의 사찰이, 선학원에는 300개의 분원과 200개의 포교원이 있다. 조계종에는 이 외에도 대각회, 백련불교문화재단, 만불사, 능인선원, 옥련선원 등의 법인이 있다.
조계종은 법인법에 법인의 종도로서 의무 이행과 권리 보호 등을 명시했다. 또 종단 내 모든 법인은 9월 30일까지 반드시 법인 등록을 하도록 했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소속 스님들은 선거권ㆍ피선거권, 신도 등록, 교육 등 각종 권리를 박탈 당한다.
조계종 총무원 측은 “법인의 재산권, 인사권 등의 권리는 보장 하면서 종도로서 기본 의무를 지키고 공공성을 유지하라는 의미”라며 “더불어 법인의 사유화도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밑바탕에는 일부 거대 법인에 대한 경계심도 깔려 있다. 총무원 관계자는 “선학원의 경우 분원이 300개, 포교원이 200개나 돼 이미 하나의 개별 종단처럼 돼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인 측은 조계종이 법인법을 통해 좌지우지 하려 한다며 반발한다. 선학원 관계자는 “법인법의 규제를 받게 되면 법인 이사회는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조계종 중앙종회가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법인의 정체성, 역사성을 지키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조계종이 법인법 제정 과정에 충분한 의견 수렴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였다”며 “법인의 사유화를 막는다는 취지는 동감하더라도 그 외 독소 조항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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