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BMW가 새 차 가격을 500만원 가까이 내리면서 형성하기 시작한 BMW 라인의 저가 전략이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 70%를 무너뜨렸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신규등록 기준)에서 현대차 기아차의 합계 점유율이 69.5%로 2007년 상반기 이후 처음 70% 밑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2007년 4.5% 불과했던 수입차 국내 시장 점유율이 올 상반기 12.4%로 급상승한 데에는 수입차 업계의 ‘가격 관리’ 영향이 컸다는 것입니다.
BMW는 2006년 6,520만원 받던 5시리즈(523i) 가격을 2007년 520i를 새로 내놓으며 5,990만원으로 ‘파격적’으로 내렸습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한국에서 외제차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봤다”고 말합니다. BMW는 당시만해도 디젤 승용차가 낯설었던 국내 시장에 과감히 520d를 출시했는데, 올해 출시 가격(6,290만원)은 2008년 첫 출시 가격(6,210만원)보다 고작 80만원 올랐습니다. 이 같은 가격정책 덕분에 이 모델은 BMW가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달리는데 일등공신이 됐습니다.
반면 현대차는 2005년 2,060만원 하던 NF쏘나타(최고사양 기준)가 올 3월 나온 LF쏘나타 때 2,860만원으로 오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모델이 완전 교체 될 때마다 300만~500만원씩 가격이 상승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가격을 올릴수록 수입차를 구매대상에 올리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며 “현대차는 품질, 성능대비 경제적 가격을 강점으로 국내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 왔는데, 이 같은 매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생활가전 제품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과거처럼 ‘싼 제품 많이 팔아 이익 남기는’ 전략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면서 ‘프리미엄 가전’이라는 이름으로 새 제품 가격을 크게 올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는 “삼성전자 LG전자가 가격을 올릴수록 우리 제품과 가격 차이 폭은 줄어들고 있어 품질면에서 자신 있는 수입가전 제품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밀레코리아의 올 상반기 판매 성적은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성장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가격을 올려도 국내 소비자들의 ‘국산 사랑’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BMW 라인’ ‘밀레 라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동시에, 구매력과 함께 눈 높이도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은 언제든 국산의 둥지를 떠날 수 있다는 점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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