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졸업생들 많지 않아 내년에도 좋은 성적 거둘 것"
팀 창단 첫 초록 봉황을 품은 이명섭(51) 휘문고 감독은 연신 웃음을 지었다. 2011년 14년 만에 다시 휘문고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전국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었지만 올해 제4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마침내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그는 1996년 휘문고의 2관왕을 이끌고 이듬해 감독직에서 물러났었다.
이 감독은 15일 기자와 통화에서 “14년 만에 팀을 다시 맡아 과거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못 내 체면을 구겼는데 창단 첫 봉황대기 우승으로 깨끗하게 만회해 기쁘다”며 “우승한지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동문들로부터) 많은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 전 8강 또는 4강을 목표로 했는데 선수들이 잇달아 1점차 승부를 지켜내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덧붙였다.
자발적인 달빛 훈련, 2관왕 차지했던 1996년 떠올라
이 감독은 예선을 치르던 군산 숙소에서 우연히 밤 늦게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봤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가 달빛 아래 방망이를 돌리고, 수건을 든 채 전체적인 균형을 잡는 ‘섀도우 피칭’을 했다.
이 감독은 “아무리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요즘 선수들은 말을 잘 안 듣는데 오히려 내가 말릴 정도로 훈련을 열심히 했다”면서 “마치 1996년 대통령배와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던 순간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물고 물리는 경기를 여러 차례 이겨 내면서 일체감이 생겼다”며 “고비를 많이 넘겼던 만큼 결승전은 앞선 경기 때보다 마음이 편했다. 주전과 백업의 실력 격차도 적어 선수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숨은 MVP 포수 정진수ㆍ유격수 김주성
최우수선수(MVP) 영예는 혼자 3승을 책임진 2학년 에이스 정동현에게 돌아갔다. 이 감독은 8강부터 4강, 결승까지 3일 연속 등판한 정동현을 칭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포수 정진수(2년), 유격수 김주성(2년)을 숨은 MVP로 꼽았다.
그는 정진수에 대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기 몫을 하는 선수”라며 “결승에서 만난 유신고는 기동력이 좋은 팀인데 초반에 도루를 잇달아 잡아내며 상대가 작전을 구사할 수 없도록 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수비 범위가 넓은 유격수를 소화하고 공격 첨병 역할까지 톡톡히 한 김주성에 대해서는 “승부욕이 상당하고, 치고 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내년에도 우승 전망은 쾌청
휘문고는 1, 2학년 위주로 전력을 꾸렸다. 물론 주장 김종선을 비롯한 차대균, 신동민 등 3학년들이 중심을 잡아줬지만 저학년 선수들이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종범 한화 코치의 아들 이정후(1년)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감독은 “1, 2학년 선수들이 밸런스가 잘 잡혀 투수 운용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야수는 베스트 라인업에서 3학년 세 명 정도가 빠질 뿐 봉황대기 우승 멤버 그대로 갈 수 있다. 부상만 없다면 2015년에도 분명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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