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원정대 박종성ㆍ민준영
오늘 청주서 추모제ㆍ사진전
“지금 꿀와르(설산 골짜기)로 진입하고 있다. 컨디션은 최상이다. 나중에 다시 무전하겠다.” 그러나 무전기는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아무리 불러도 소리쳐도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그날 밤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유성이 떨어졌다. 그렇게 두 산사나이는 설산에서 홀연히 사라졌고, 5년이 흘렀다. 2009년 9월 25일(현지 시간)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군의 히운출리 북벽에 신루트를 개척하러 등반에 나섰다가 실종된 직지원정대 박종성(실종당시 43세)ㆍ민준영(36)대원 이야기다.
이 두 사람의 개척정신을 잇기 위해 직지원정대(대장 박연수)와 충북산악조난구조대(대장 홍정표)가 추모제와 추모 사진전을 마련했다. 16일 오후 7시 청주MBC공개홀에서 열리는 추모제에서는 두 대원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 공연, 추모시 낭독이 이어진다. 이 자리에는 두 대원의 유족들도 참석한다. 추모 사진전은 같은 장소에서 17일부터 9월 30일까지 열린다. 두 대원의 등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훈련ㆍ도전 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을 선보인다.
두 대원은 히말라야에 우리말로 된 단 하나의 봉우리인 ‘직지봉’을 명명한 주역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약칭 직지)을 널리 알리기 위해 꾸린 직지원정대 핵심 대원인 이들은 2008년 6월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산군에 있는 무명봉(해발 6,235m)에 세계 최초로 올랐다. 그리고 파키스탄 정부에 봉우리의 이름을 직지봉으로 명명해줄 것을 건의했고, 다음달 파키스탄 정부가 국가지명위원회를 열어 직지봉 명명을 최종 승인했다.
그 여세를 몰아 두 대원은 이듬해 ‘마(魔)의 벽’이라 불리는 히운출리 북벽 도전에 나섰다. 히운출리 북벽은 1,000m의 거벽에 이어 440m의 수직 빙벽을 올라야 정상에 닿는 최고난도 코스로 지금까지 세계 어느 산악팀도 오르지 못한 곳이다. 두 대원은 이곳에 올라 ‘직지루트’라 명명할 계획이었다.
두 대원은 알피니즘을 추구했다. 이는 높이보다는 등반 과정을 중시해 어렵고 험난한 코스를 개척하는 방식이다.
이런 두 대원의 도전 정신을 기리기 위해 충북지역 산악인들은 매년 히운출리에서 추모 등반을 하고 있다.
박연수 직지원정대장은 “이제 히말라야의 신이 돼 있을 두 대원의 꿈과 개척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추모전을 마련했다”면서 “두 친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머지 대원들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덕동기자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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