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3승 올린 휘문고‘철완’ 정동현 대회 MVP
이명섭 휘문고 감독은 14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유신고와 결승을 앞두고 에이스 정동현(2년)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 감독은 “사실 동현이를 쉬게 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정동현은 프로필상에 183㎝에 83kg의 건장한 체구지만 최근 체중이 많이 불어 당분간 공을 놓고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게 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회를 앞두고 정동현이 이 감독을 불쑥 찾아갔다. 이 감독은 “본인이 등판을 자청했다”며 “대단한 의욕을 보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동현은 2-0으로 앞선 2회말 1사 만루에서 선발 정영관(1년)을 구원 등판했다. 그는 유신고 한진녕(3년)과 홍현빈(1년)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에이스다운 구실을 톡톡히 했다. 정동현은 9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사실상 완투승과 다름 없는 혼신의 투구를 했다. 7.2이닝 1실점(비자책). 오른손 타자 바깥쪽에 걸치는 절묘한 제구력이 압권이었다. 2회에 이어 마지막으로 맞은 최대 위기는 2-1로 앞선 6회였다. 실책 등으로 1사 만루에 몰린 정동현은 침착하게 유신고 배인교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낸 뒤 후속 타자도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동현은 전날 마산용마고와 준결승에서도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을 결승에 올려 놓았다. 정동현이 무리했다고 판단한 이 감독은 1학년 정영관을 깜짝 선발로 내세웠다. 정영관이 흔들릴 경우 여차하면 정동현을 투입하기 위한 용병술이었다. 이른 등판에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정동현은 에이스다운 역투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회 성적은 3승. 28.2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은 0.93에 불과하다.
정동현은 “팔꿈치가 조금 안 좋았는데 재활 등판을 겸해서 감독님께 이번 대회에 꼭 나가겠다고 말씀 드렸다”면서 “3학년이 되기 전에 우승도 하고 큰 상도 받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류현진 형처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포항=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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