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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 도시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입력
2014.09.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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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재생은 전국적인 유행어가 됐다. 몇 년 전부터 도시재생에 대한 대규모 국책연구가 수행됐고, 국토교통부에 이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가 설치됐으며 도시재생특별법도 제정됐다. 부산광역시에서는 이미 도시재생담담관이라는 부서가 설치됐으며, 서울시도 조만간 도시재생본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의미만 따진다면 도시재생은 ‘도시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어서 엄청난 무게감을 지닌 용어다. 우선 도시를 작동시키던 기존의 원리와 구조를 더 이상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생명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스템이 사실상 사망해야 가능한 것이 아니던가? 다음으로 진정한 도시재생이 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도시의 운영주체와 작동원리가 새롭게 설정돼야 한다.

오늘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성장만능주의와 사회적ㆍ공간적 불평등 문제, 대의제의 한계와 민주주의의 위기는 곧 도시의 위기이기도 하다. 도시는 현대 문명의 성과 그 자체일 뿐만 아니라 현대 문명의 위기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재생의 해법은 현대 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논의로 연결돼야 할 것이다.

도시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도시문제가 집중된 지역이기도 했지만,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사회변혁의 중심지가 돼 왔다. 도시의 역할은 국가의 역할이 제한되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벤자민 바버는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 국민국가는 의미있는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너무 크고, 전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경제체제의 힘을 견제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지적하고 도시공동체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의 참여가 가능한 수많은 도시공동체에서 도시문제를 통해 인류의 위기를 인식하고 창의적이고 현명한 해법을 고안하고, 전세계 도시들이 연대하고 공유할 때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은 도시재생사업에 국한되고 있다. 현재의 도시 운영체계와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통해 대안적인 도시운영 원리와 해법을 도출하기 보다는 기존의 정비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사업과 같은 기존 정비사업을 포함하기도 하고, 기존의 정비사업과 다른 새로운 정비수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을만들기나 저층주거지 정비, 소단위 정비사업을 도시재생사업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여전히 국가가 주도하는 공모형 정비사업 지원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우후죽순처럼 무분별하게 추진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등장했던 도시정비사업이라는 개념은 결국 기존의 전면 철거형 재개발사업의 다른 이름이 되고 말았다. 기존의 개별정비사업의 문제점을 극복한다면서 추진됐던 뉴타운사업은 결국 기존 정비사업에 불을 붙이는 개발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시재생사업이 또다시 새로운 도시정비사업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의 폭을 훨씬 넓혀야 한다. 경제성장과 개발의 도시가치는 공생과 인권을 우선하도록 수정돼야 한다. 시장과 공공주체만이 아닌 다양한 사회적 주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 배제와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소유와 임대가 아닌 마을공동체 공유모델, 협동조합이나 마을공동체개발공사를 통한 정비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자원고갈에 대응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자립형 국토도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마을단위, 도시단위의 에너지 자립공동체를 지원하는 방안, 생산성 외에 생태기여를 고려한 가격책정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도시재생 논의는 도시계획가나 개발사업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설계 과정이 돼야 한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이란 화두를 전면에 내세우고 현재의 도시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가를 찾아내는 작업이 돼야 한다. 도시재생은 위기에 빠진 우리의 도시를 성찰하고 새롭게 탄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ㆍ한국도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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