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위기에 빠진 친정 현대중공업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4년 만에 ‘안살림’ 책임자로 복귀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5일자로 사장단 일부 인사를 단행하고,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임명했다고 14일 밝혔다. 권 사장의 이동으로 빈 현대오일뱅크 새 대표는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이 채운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맡아 최악의 상황이던 회사를 ‘알짜배기’로 변신시켰다. 당시 정유 4사는 정제 마진 악화를 극복을 위해 값싼 중질유를 분해해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 나프타, LPG를 생산하는 고도화 시설에 집중했다. 권 사장은 그러나 고도화 비율을 높이면서도 중동 외에 남미, 북해산 브렌트 등으로 새로운 공급로를 찾고,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코크스를 연료로 전기를 만드는 보일러 2대를 통해 생산 원가를 낮췄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매출 20조2,650억원, 영업이익 4,033억원을 올렸다. 규모는 정유 4사 중 가장 작지만, 2011년부터 3년 동안 연 평균 2% 이상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정유업계는 올해 상반기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기록했으나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4개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권사장은 패배 의식에 젖어있던 오일뱅크 구성원들이 우리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에 1조1,037억원의 영업 손실로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내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 첫 조치로 효율적 경영 체제를 위해 기존 현대중공업 기획실을 그룹기획실로 확대 개편했는데, 권 사장이 첫 그룹기획실장을 맡게 된다. 지난달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ㆍ해양ㆍ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현대중공업에서 경영관리, 영업 등을 두루 경험한 권 사장에게 안살림과 흐트러진 조직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일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겨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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