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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00년전 뉴욕 말똥, 오늘 서울 탄소

입력
2014.09.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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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뉴욕사람들은 연간 3,500만번 마차를 이용했는데, 1870년에는 사용횟수가 세배로 증가했고 증가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그러다 보니 1890년대에는 뉴욕시내에서 말 20만마리가 배설하는 거름이 하루 2,500톤에 달했고, 이를 치우기 위해 수천마리의 말이 추가로 필요했다. 상황이 절망적으로 흐르면서 어떤 학자는 1930년이 되면 말똥이 맨해튼을 3층 높이로 뒤덮을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헨리 포드와 존 D 록펠러가 나타나 자동차 대중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1912년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35만대에 달하면서 마침내 뉴욕에서 자동차가 마차보다 많아졌고, 불과 5년 뒤 뉴욕에서 대중교통용 마차가 사라졌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부터 구원해줄 새로운 기술을 기다리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회사들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가 그것이다.

저탄소협력금제는 아직 가격이 비싼 친환경차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장치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 구매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고, 적게 배출하는 차량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산업에 지나친 부담이 된다”며 시행을 2020년으로 또다시 연기했다. 이로써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친환경 기술을 개발할 시간을 벌었다. 국내 소비자도 연비 낮은 대형차를 계속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저탄소협력금제 연기가 모두에게 해피엔딩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지금부터 5년 뒤에 되돌아본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잘못된 선택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신기술 확산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시장원리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초기 보급단계부터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보호만 해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100년 전 미국의 자동차 대중화 역시 정부 지원을 통해 실현된 것이다. 미 정부가 고속도로망 구축에 거액을 투자했고, 석유채굴에 보조금까지 지급했다. 자동차회사들은 대중교통의 경쟁자로 떠오른 전차를 말살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미 정부는 이를 모른척했다.

이처럼 신기술이 기존 기술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위한 저탄소협력금제를 연기하는 보완책으로 친환경차에 대해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대형차를 구입한 사람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대신 친환경차 구입자에게 혈세로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 그 재원을 마련할지, 대중교통 이용자와 친환경차 구입자간의 형평성 문제 등 논란의 소지가 한둘이 아니다. 재정부담도 작고 효과도 확실한 방안을 버리고 부작용이 큰 방법을 선택한 정부의 결정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결정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자칫 쇠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이(환경 전문가가 아니라) 정부의 과보호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전기차 기술력은 이미 유럽에 비해 3, 4년 뒤진 상태이며, 중국보다도 뒤쳐지고 있다”며 “저탄소협력금제는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자극제가 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초기산업 보호만큼, 적절한 시기되면 개방을 통해 국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한 조치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그 효과가 여러 차례 입증됐다. 1987년 미국 영화 직접배급 허용, 1989년 다국적 유통업체 진출 허용, 1993년 일본 전자제품 수입제한 폐지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반면 쌀은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 이후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으며 보호해 왔지만, 경쟁력 향상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저탄소협력금제 연기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차 100년 전 뉴욕을 가득 채우던 말똥처럼 도시공기를 답답하게 만드는 온실가스를 한동안 더 참아야 하며, 국제사회로부터도 환경오염국이란 질타를 받아야 하게 됐다.

정영오 산업부장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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