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빙성 낮지만 확인은 안 돼" 한국인 무슬림 3만5000명 추정
IS에 동조하는 일부 급진주의자 몰래 중동으로 떠났을 가능성
한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가 정말 존재할까. 최근 생포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이슬람국가(IS) 무장대원 하마드 알타미미가 3개월 전 IS 훈련캠프에서 한국 출신 대원을 목격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그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현재 외교부 공식 입장은 “다각적으로 알아보고 있으나, 확인된 건 없다”이다. 정보기관이 별도 채널로 확인 중에 있고, 이라크 주재 우리 대사관도 알아보고 있으나 아직 나온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사실 여부를 명확히 가릴 방법이 없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라크와 시리아는 ‘여행 금지’국가로 지정돼 우리 국민에게 이들 국가 입국을 위한 여권 발급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알타미미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국에서 온 사람인지’, ‘한국에 다녀온 사람인지’ 등 그의 증언에 불분명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듣기에 따라서는 북한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고, 취업을 위해 일시 한국에 거주한 적이 있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출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인 지하디스트의 존재 가능성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한국에는 10만명 내외의 외국인 무슬림 이외에도 약 3만5,000여명으로 추정되는 토착 한국인 무슬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가 최근 펴낸 ‘한국의 종교자유 현황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도 무슬림 신자나 이슬람 사원에 대한 파괴ㆍ약탈 위협이 존재하는 만큼 이에 불만을 품거나, IS에 동조해 비밀리에 중동으로 떠난 급진 성향의 한국인이 존재할 수도 있다.
한편 CIA에 따르면 최대 3만1,500명으로 추정되는 IS대원 중 1만~1만5,000명 가량이 외국인 출신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10대 후반~20대 중반 젊은이들이 총 80개국에서 몰려와 터키, 시리아 국경을 통해 IS에 합류했는데, 약 2,000명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가 출신으로 알려졌다.
서방국가에서 IS를 위해 싸우는 지하디스트가 가장 많은 국가는 영국(750명), 독일(320명), 프랑스(750명)이다. 영국,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중동ㆍ아프리카 지역 이민 인구 때문이고, 독일은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터키와 동유럽 무슬림 이민을 대거 허용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100명 이상), 호주(60명)에서도 IS에 합류하기 위해 조국을 등진 사람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은 급진 성향 자국민의 IS행을 저지하는 법적 장치를 강화하는 한편, 가담 전력이 있는 국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무장단체에 회원국 국민이 합류하는 것을 예방하고 억제하도록 각국이 의무적으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24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표결될 예정이다.
영국은 외국에 있는 자국민이 테러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될 경우, 귀국을 한시적으로 보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귀국한 자국민 50여명을 이미 사법처리한 영국 정부는 현재도 테러단체에 가입해 유죄가 인정된 이중국적자에 대해서는 영국 국적을 취소하고 있다.
프랑스는 출국금지시 법원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완화시켜, 경찰 단독으로 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다. 독일의 경우, 모든 국민에게 발급되는 국적카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네덜란드는 자국민이 테러단체에 자원했을 경우 국적을 취소할 수 있도록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 성전에 참여했던 급진주의 성향의 자국민이 돌아오면서 자국에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지역반테러기구의 장신펑(張新楓) 주임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단체에서 활동했던 이들의 귀환이 지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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