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태가 기어이 꼴사나운 결말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주말 감독업무 태만과 경영건전성 훼손 등을 이유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초강경 처분을 내렸다. 이번 징계는 앞서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각각 ‘문책경고(중징계)’를 내린 금융감독원장의 건의에 따른 것이다. 은행장 징계는 금감원장이 최종 결정토록 돼 있지만, 지주회장 징계는 금융위의 권한이라 임 회장에게 어떤 징계가 확정될지 관심사였다. 그런데 금융위는 문책경고보다 더 강력한 직무정지처분으로 임 회장 사퇴를 공개 압박한 셈이 됐다.
하지만 임 회장은 ‘불명예 사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이 행장과 마찰이 불거진 국민은행 전산교체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고,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지주 회장으로서 당연히 보장된 수준을 넘는 월권적 개입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금융위의 직무정지 처분에 대해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이‘버티기’에 들어가자 금융당국은 임 회장에 대한 추가 검찰 고발에 나섰다. 또 임 회장의 기획재정부 후배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7일 열리는 KB금융이사회가 임 회장의 퇴진을 결정하도록 이사들에 대한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5월 이 행장이 금감원에 전산교체 관련 특별검사를 요청하고 나선 이래 4개월 간 계속 꼬여온 KB금융 사태는 이제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일조차도 뒷전이 된 듯한 느낌이다. 물론 임 회장에 대해서는 추후 검찰 수사가 남아 있다. 하지만 사태의 요체는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임 회장과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이 행장 간 ‘관피아’끼리의 힘겨루기 추문으로 남게 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섣부른 정치적 단죄를 시도하다 체면을 구긴 최수현 금감원장에 이어, 금융위 역시 징계결정에 대한 임 회장의 반발을 초래함으로써 금융당국 스스로 권위를 크게 떨어뜨린 결과가 됐다.
이 같은‘금융 막장 드라마’는 결국 ‘관피아’의 적폐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오랜 업무 경험과 민관 소통, 금융의 공공성 등의 현실적 필요를 감안할 때 재무관료 출신이 금융사에 재취업 하는 걸 무조건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경륜과 실력, 지도력 등이 결여된 인사들이 권력의 줄을 잡고 내려와 진흙탕 싸움을 벌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마무리되든 이번 사태는 금융권의 무리한‘관피아’ 적폐를 바로잡을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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