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북반구로 들어섰나 보다. 여기저기서 눈 소식이 들린다.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에도 지난주 저렇게, 1915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일찍, 그것도 10cm나 쌓이도록 풍성한 첫눈이 내렸다.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눈사람을 만들게 된 아이는 벌써 겨울방학의 기대감으로 부푼 눈치다.
이쯤에서 이맘때 보는 눈의 풍경은 먼 데서 들려오는 해방의 포성처럼 아련히 반갑다. 반가움이 아련한 까닭은, 이성의 확언이 아직 감각을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는, 어슴푸레한 것들이 마음을 흔든다. 살을 엘듯한 삭풍의 기억은 아주 나중에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당장의 아련함은, 주변 모든 심란한 것들을 저렇게 새것처럼, 매직보드처럼, 지우고 싶은 마음과 비슷한 걸지도 모른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사진 와이오밍=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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