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T. 켄릭,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지음·조성숙 옮김
미디어윌·380쪽·1만6,000원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버트런드 러셀, 오스카 와일드 등이 한결같이 고민한 것이 ‘인간은 이성의 동물인가’다. 그 고민이 지금껏 계속되는 걸 보면 인간은 이성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책은 ‘파국적인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인간의 심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인간이 왜 이성적 결정을 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 영화관에 줄을 선 A와 B가 있다. A는 100만번째 관객이 돼 상금 100달러를 탄다. 다른 영화관에 줄을 선 B는 바로 앞 사람이 100만번째 관객이 돼 1,000달러 상금을 타고 자신은 그 다음이라는 이유로 150달러를 받는다. 당신이라면 A와 B중 누가 되고 싶은가.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하는 고전경제학자들은 상금을 50달러 더 받는 B를 선택할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50달러를 포기하더라도 A를 고르는 사람이 많다. 저자들은 “1,000달러의 상금을 아깝게 놓친 찝찝한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며 “이득보다 손실에 더 비중을 둔 비합리적 편향성, ‘손실 회피’ 탓”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행동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인간의 뇌는 논리적 선택을 할 능력이 없다”면서도 진화심리학을 적용해 “우리의 의사 결정에는 조상들이 문제해결을 통해 수천 년간 축적시켜 온 근원적 지혜가 담겼다”는 주장을 편다. 미국 케네디가의 저주 받은 가족사와, 인권운동가이면서도 외도를 즐겼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중적 삶을 예로 제시하며 인간의 비이성적 성향을 입증하려는 것은 흥미롭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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