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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벼락인 줄 알았는데 날벼락…" 그린벨트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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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벼락인 줄 알았는데 날벼락…" 그린벨트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입력
2014.09.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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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가 풀린다기에 큰 돈을 벌줄 알았습니다.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정부 발표가 뒤집어 질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땅 부자요? 대출 이자도 못 갚아 모조리 날릴 판입니다.”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1만5,500㎡의 대지를 소유한 윤영모(49)씨는 불과 5년 만에 24억원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이명박 정부가 광명ㆍ시흥 일대 17.4㎢를 공공임대주택(보금자리)사업지구로 지정하기 1년 전인 2009년,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출을 받아 추가로 땅을 산 게 화근이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영부실로 사업은 백지화됐고, 지구 지정 4년 동안 그린벨트 때 보다 훨씬 엄격한 개발제한에 묶이며 땅 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13대째 광명시에 뿌리를 내린 원주민으로서 대대로 내려온 토지 전부를 담보로 잡힌 그는 땅을 헐값에 넘길 수도, 그렇다고 쌓여가는 대출 이자를 마냥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윤씨처럼 광명ㆍ시흥 보금자리사업이 무산된 후 담보대출금 상환 부담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은 지구 내 27개 마을에 약 4,000여명에 달하는 상황. 그린벨트 지정 후 40년 넘게 규제에 묶였던 시절을 보금자리사업으로 보상받으려 했던 주민들로선 결국 또 한번 땅이 묶여 버린 셈이었다.

광명ㆍ시흥 보금자리사업은 또 한번의 그린벨트 정책실패다. 지난 1971년 첫 도입 이후 43년 간 그린벨트에서는 정부의 정치적 논리와 주민들의 재산권 요구가 맞물려왔다. 이번 사업 역시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된 시장 예측도 없이 그린벨트를 풀어 공공임대주택 보급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고, 주민들도 보상심리에 과도한 대출을 받아 피해를 키웠다.

그 배경에는 복잡한 정치ㆍ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그린벨트가 환경 보존지역이 아닌 개발 유보지로 전락해온 역사가 있다. 박정희 정부는 주민들의 동의를 생략한 채 상명하달식으로 그린벨트를 도입했고 이 과정에서 쌓인 불만은 민주화 이후 재산권 행사를 강하게 요구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1997년 대선 당시 그린벨트 해제를 공약으로 내건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후 선거철마다 그린벨트 규제완화 공약이 쏟아져 나왔고 정권에 따라 향방이 바뀌면서 주민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이 와중에 그린벨트의 환경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뒤로 밀렸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그린벨트 해제면적은 애초 지정된 규모(5,397.1㎢)의 28.3%인 1,53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선진국형 도시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는 “환경 보존과 도시 관리라는 기본 취지에 맞게 보존이 꼭 필요한 지역은 영구적으로 묶고,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은 환경평가 등을 거쳐 해제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조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김명선 인턴기자(고려대 철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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