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부산아시안게임·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때도 '뜨거운 감자'
북한 선수단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로 일고 있는 인공기 논란은 과거 남한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행사 때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아시안게임 등의 스포츠대회는 국제적으로 평화와 화해를 다지는 행사이지만 인공기에는 한반도 분단의 아픈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금기의 상징으로 통하던 인공기가 남한에서 처음 게양된 것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다.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민족화해의 분위기에서 인공기가 남한 정부의 승인 아래 게양됐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2년 9월 부산 아시안게임이 개막하기 전부터 인공기 게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고 인공기를 게양·사용한 10여 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은 경기장에서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의 인공기 사용만 허가하고 게양이 가능한 장소도 조직위원회, 프레스센터, 선수촌 등으로 한정했다.
인공기 문제로 자칫 이념 갈등이 첨예한 남한에서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대회 기간 북측 선수단이 아시안게임조직위에서 제공한 이동버스에 소형 인공기를 달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듬해인 2003년 8월 하순 대구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는 인공기 문제가 더 심각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이 대회전에 열린 '8·15국민대회'에서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소각하고 찢는 퍼포먼스를 했고 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체제를 모독했다며 대회 불참을 시사했다.
결국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유감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통일부에 재발방지를 지시하는 등의 노력 끝에 북한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보수단체들의 인공기 훼손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이 충돌하는 해프닝이 종종 발생했다.
2005년 8월 말 인천에서 개막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파견됐지만, 인공기가 큰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는 종합경기대회가 아니어서 주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인공기를 포함한 참가국들의 국기를 경기가 열리는 행사장에서만 달기로 했다.
인공기가 남한에서 공식적으로 나부낀 지 12년이 됐지만 여전히 반갑지 않은 '손님' 신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이번 인공기 제한 수준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와 비슷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인천 아시안게임의 인공기 게양 제한과 관련해 "과거 2002년이나 2003년 상황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당시에도 경기장, 선수촌 등 공식행사가 열리는 장소에서만 제한적으로 인공기가 게양됐고 경기장 인근 거리에는 게양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스포츠행사에서 인공기 허용 범위를 좀 더 넓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시안게임은 남북관계를 뛰어넘는 비정치적인 행사"라며 "정부가 인공기 게양 문제에서 부산 아시안게임 수준을 따르되 조금 더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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