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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軍, 리모델링해야 한다

입력
2014.09.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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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세월호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철석같이 믿어왔던 군대가 말썽이다. 더군다나 경제는 파킨슨병에 걸린 듯이 비틀거리면서 자금도 얼어있는데, 돈 먹는 하마와 같은 군대가 삐거덕거리니 국군통수로서 책임을 느낄 만하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어느 시인은 노래하지만 군대만은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가 무너진 것은 배의 균형유지를 위하여 채워야 할 균형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화물을 너무 많이 실었고, 승객도 너무 많이 태워 균형을 잃어버려서다. ‘균형유지, 적재중량’, 이것이 키워드다. 이를 교훈 삼아 국방역량에 누수가 없도록 조치해야 할 군대가 구타와 인권유린, 폭행으로 국가의 부름을 받고 온 윤 일병을 죽였다. 게다가 폭행 사망에 대한 군의 발표가 ‘냉동식품을 먹고 질식사했다’는 것이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쌍팔년형 군대타령’인가. 아울러 제1군사령관의 행위와 대통령의 전역조치에 대해서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사령관의 행동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부재이며, 대의(大義)를 읽지 못한 독불장군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으로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할 때 근무지를 이탈하고 과도한 음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보다 일찍 퇴출됐어야 할 대상이었다. 이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통령의 입에서 “전역시키세요”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국방부와 육군에서 쉬쉬하고 있었던 것은 그 동안 군 내에서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는 반증이다. 이런 사고들이 건군 이후부터 기생충처럼 달라붙어 군대를 황달현상에 빠지게 하고 있다. 군을 종합 진단해야 한다. 현재 국방부는 병영문화 혁신위원회를 민관군으로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지만 좋은 진단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군대나 정부조직은 파견할 자원까지 편제돼 있지 않다. 또 그렇게 해서 진단해봐야 그 밥에 그 나물일 게 뻔하다. 예비역 중에서 전문가를 활용하면 현역보다 값싼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부대관리에 발상의 전환이 될 만한 사례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첫째, 걸프전에서 미군은 전투병에게 휴대용 게임기를 지급했다. 미군이 왜 게임기의 휴대를 허용했을까. 병사들은 항상 전투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이 이슬람지역이어서 지급하던 담배와 콘돔을 대신해 게임기를 배부했다. 게임몰입을 통해 성적본능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고 또 전투게임을 통해 실전 욕구도 생겼다고 한다. 뉴욕의 닌텐도 직영점에는 걸프전에서 폭격당한 막사에서 발견된 게임보이가 전시되어 있다. 이 게임보이는 폭격으로 외장은 매우 손상되었지만, 액정모니터를 교체하면 작동한다. 우리 군에서 휴대폰이 사고예방을 위해 지급되고 있다니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둘째, 장군들에게 적재중량이 초과되는 권위주의를 국가가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대령에서 장군으로 진급하면 달라지는 게 30종이 넘는다고 한다. 말 그대로 하늘의 별처럼 높게 대우하다 보니 기를 쓰고 장군이 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5공 정부 탄생에 기여한 군인들에게 주어진 삼정도와 무궁화 꽃봉오리로 금테 두른 모자, 지퍼 달린 근무화 및 단화, 가죽 허리띠 등은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권위의 부적일 뿐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일본군은 닛폰도(日本刀) 때문에 패했다고 한다. 일본인처럼 작은 체구에 칼과 권총, 소총까지 들었으니 적재중량을 초과했고 결국 기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병영폭력을 이적행위로 여기고, 제거작전을 전개한다”는 육군 참모총장의 의지가 땜질로 끝나지 않으려면 종합 진단을 통해 군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종판 국제학박사(한국국방개혁연구소 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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