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 vs 상어의 생명
2년간 바다수영 6명 사망에 주정부 도태작전 50마리 도살, 시민은 대규모 반대시위 나서
최상의 선택은
무인기 감시ㆍ줄무늬 서핑복 등 첨단 기술 불구 역부족 평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바이런베이 해변에서 바다수영을 즐기던 50대 남성이 9일 상어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이 남성은 해변에서 15~20m 정도 가량 떨어진 곳에서 수영을 하다 오른쪽 다리를 상어에게 물렸으며 주변에 있던 물놀이객들이 남성을 해변으로 끌어올린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끝내 숨졌다. 호주에서는 4월에도 NSW주 남부 타트라 지역에서 바다수영을 하던 60대 여성이 상어의 공격에 희생됐고, 앞서 서호주 퍼스 남부 해안에서도 다이빙을 즐기던 30대 남성이 숨지는 등 올해 들어 상어 공격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이 상어에게 상해를 입어 사망할 확률은 약 375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상어의 습격이 바다에 들어가는 이들에겐 떨쳐내지 못할 본능적인 공포지만 사실 이는 피부암으로 죽을 확률보다 1,000배, 자신의 욕조에서 익사할 확률보다 30배 가량 낮은 수치다. 그러나 NSW주 해변에서 바다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에게 상어 공격에 의한 사망자가 지난 2년간 6명이 나왔다는 사실은 세계적인 관광휴양지가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상어습격 장소로 악명이 높아지고 있다는 NSW주의 고민을 대변한다. 결국 NSW 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인간 VS 동물의 생명보호
보다 못한 NSW주는 상어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상어 개체수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 1월 말~4월 말 서부 해안에서 상어 172마리를 잡아, 이 가운데 길이 3m 이상의 큰 상어 50마리를 골라 도살했다. 또 나머지 가운데 90마리는 추적장치를 달아 방류했다. 이번 도태 프로그램을 3년간 연장한다는 조건도 내달았다.
켄 배스턴 주 수산장관은 시범적으로 실시한 토대 정책이 성공적이었다며 “세심한 정책을 통해 (도태 대상은)가장 위험한 종류만 겨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호주 시민들은 NSW주의 상어 사냥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지난 5월 1일 오후 서호주 퍼스의 코트슬로 해변에서는 6,000여명의 주민과 환경론자들은 “대백상어에게도 권리를””우리의 상어를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주정부의 상어 사냥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상어가 죽거나 아픈 생물을 처리해주어 해양을 깨끗하게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종으로, 정부의 각 없는 대처가 그들을 위험에 처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주 의회 야당의 지지를 받는 해양생태학자 댄 몽보 박사도 “상어를 죽이는 정책이 상어 공격의 위험을 줄인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상어의 먹이 채집행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정부의 상어 사냥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는 퍼스뿐 아니라 시드니의 맨리 해변과 빅토리아 주, 퀸즐랜드주, 남호주주의 주변 해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콜린 바넷 NSW주 총리는 상어 사냥 정책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주정부의 새로운 해법 찾기
예상 밖의 시민들 저항에 부딪힌 주정부는 상어 공격으로 인명피해가 잇따른 지역에 무인기로 상어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호주 유력지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시드니가 주도인 NSW주는 올해 초부터 대학전문가들과 협력해 무인기로 상어의 활동을 감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정부는 시스템 도입에 200만 호주달러(약 19억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상어로부터 수영이나 서핑을 즐기는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서핑복도 지난 7월 처음 제작돼 상용화 단계 중이다. 영국 BBC 방송은 7월 18일 서호주대 연구팀이 개발한 두 종류의 서핑복을 소개했다. 하나는 팔과 다리에 검은 색 흰 색 줄무늬가 새겨져 있고, 다른 하나는 푸른 색과 회색 무늬가 전신에 새겨져 있다.
줄무늬 모양 서핑복은 상어에게 위험한 먹이라는 경고를 역할을 한다. 서핑복 개발에 참여한 숀 콜린 연구원은 “많은 동물들이 먹잇감에 줄무늬가 있을 경우 먹기에 위험하다고 인식한다”고 전했다. 반면 푸른 색과 회색 무늬가 새겨진 서핑복은 상어의 눈을 속이는 역할을 한다. 물결과 비슷한 색상과 무늬를 이용한 서핑복은 위장 전술을 펼친다. 상어는 시각이 매우 발달해 야간에도 사냥감을 식별할 수 있고 종류에 따라 색깔까지 구분해 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서핑복을 개발한 연구팀은 실험 결과 상어가 일반 서핑복을 입힌 모형은 강하게 물어뜯은 반면 새롭게 공개된 서핑복들을 입힌 모형은 그냥 지나쳐갈 뿐 공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서핑복들은 호주 중앙정부가 실험을 위한 모형과 뱀상어를 동원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충당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서핑복이 10조 분의 1의 밀도 속에서 피 냄새를 포착하는 상어의 후각을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또 상어는 생물의 근육 수축이나 심장박동으로 일어나는 전자기파를 포착하는 로렌치니 기관도 가지고 있어 서핑복이 상어의 사냥 도구들을 무력화 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어의 위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근 가장 각광받는 방법은 상어의 날카로운 청각을 이용한 것이다. 최근 시드니의 본디 해변에서 실험한 ‘똑똑한 부표’시스템은 센서가 달린 채 해안가 멀리에 떠 있는 노란 부표가 상어 크기의 생명체를 물속에서 포착하면 즉시 해양안전대에 신호를 보내 알려주는 방식이다. 실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해양수산부는 320마리의 대형 상어에 해안 500m내로 들어올 때 마다 트윗을 보내는 송신기를 부착했다. 그리고 그 트윗들은 이 주의 ‘Surf Life Saving’ 트위터 계정에 게시돼 해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어의 정확한 위치와 종, 크기 등을 알려 주었다.
해양 생물학자 앤드류 폭스는 “물 속에서 개인보다는 단체로 있는 것이 안전하고, 탁하거나 깊은 물, 또는 상어들이 적극적으로 먹이를 찾는 해질녘이나 새벽녘에 수영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본’에 충실할 것도 당부했다.
상어를 없애버리는 것을 포함해 상어의 공격으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지만, 그런 방법들은 자동차의 안전벨트처럼 아무리 잘 작동해도 어떤 상황에도 인간의 생명을 완벽히 담보할 수는 없다는 의미라고 그는 말했다.
이상언(동국대 국제통상학부 2년) 김지수(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년)
☞ 영화 '죠스'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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