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가 처음 등장한 곳은 19세기 영국이다. 당시 런던은 산업혁명으로 인구가 500만명을 넘을 정도로 팽창해 자연스레 주거 부족 및 슬럼화가 극심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심 내에 녹지구역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인구 팽창이 성숙단계에 들어선 1938년 그린벨트를 도시개발계획에 정식으로 포함시켰다.
영국의 그린벨트는 지정 후 끊임 없는 해제 요구에 시달려온 우리나라와 달리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자유시장주의를 표방하는 대처 정부가 들어서며 해제 논의가 일부 제기됐지만, 기존 기조를 바꾸진 못했고 이후 90년대 보수당, 노동당 정부를 차례로 거치면서는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대처 정부 이후 현재까지 그린벨트 지정 면적은 이전 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11년 기준 영국 내 총 면적은 163만9,540ha로 전 국토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에서 그린벨트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도심 내 녹지 확보가 쾌적한 생활을 위해 필연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화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몸소 겪은 노동자들이 도시민의 대부분을 차지한 점이 큰 기반이 됐다. 더욱이 개인의 토지 소유는 인정하되 개발 권한은 국가에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국토의 이용은 국가와 지방정부 계획 하에서만 이뤄지도록 했다. 그린벨트 내 토지 소유자들이 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의 그린벨트는 각국의 도시관리계획 수립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는 1976년 그린벨트를 도입, 파리 외곽의 경관 보존 및 도시 확산 방지에 제 몫을 하고 있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독일 미국 등도 유사한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 1958년 도심에서 10~15㎞ 범위에 위치한 토지를 ‘근교지대’로 설정해 녹지를 조성했는데, 토지 소유자들의 격렬한 저항과 사회 전반의 높은 개발압력을 이기지 못해 결국 수도권 인근에서만 ‘근교녹지보전구역’이란 이름으로 제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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