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쇠고기 대신 귀뚜라미를 주요 재료로 한 ‘귀뚜라미 버거’가 등장해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루 100개씩 팔리는 이 버거는 쇠고기 패티 대신 건조 귀뚜라미를 튀겨 빵 사이에 끼우고 야채 치즈와 마요네스 등 소스를 뿌려 만든다. 미국의 식품기업 첩팜스와 엑소는 귀뚜라미가 들어간 에너지 바를 판매 중이다. 귀뚜라미를 튀겨서 빻은 가루를 원료로 사용하는 에너지 바 1개에는 귀뚜라미 35마리가 들어간다. 독일에서는 옥수수 조명나방과 누에 등을 재료로 곤충 통조림을 생산하고 있고, 프랑스 파리 식당가에서는 개미와 번데기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 곤충이 미래 대체식량으로 주목 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가 90억에 달해 현재의 2배 정도 식량이 필요하다며 곤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곤충은 단백질뿐 아니라 칼슘, 비타민, 철, 아연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곡물과 육류 생산을 위한 경작지와 목초지는 자연을 훼손하지만 곤충을 기르는 과정은 친환경적이다. 인간과 전혀 다른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어 인간에게 옮기는 전염병도 거의 없다.
▦ 국내에서도 곤충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과학적 조사를 거쳐 딱정벌레 계통의 갈색거저리 애벌레를 식품원료로 승인했다. 지금까지 식용 허가를 받은 곤충은 메뚜기와 번데기, 백강잠(누에가 흰가루병에 걸려 죽은 것) 등 3종인데, 이는 오랜 기간 섭취한 경험을 통해 안전성을 인정 받은 경우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가 굼벵이라 불리는 흰점박이꽃무지와 장수풍뎅이 애벌레, 귀뚜라미 성충을 내년까지 식품원료로 사용토록 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7종의 곤충이 식용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갈색거저리는 구우면 ‘새우과자’ 맛이 나고 찌거나 데치면 찐 옥수수 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 그러나 곤충을 대체식량으로 이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벽을 넘어야 한다. 크기가 워낙 작아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어야 하는데 현재 기술력으론 대량 교배나 사육이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곤충에 대한 혐오감 극복이다. 곤충의 겉모습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안전성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해 구미도 돋우어야 한다. 추석 밥상에 곤충이 올라올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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