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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가구 포항 우현지구에 학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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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가구 포항 우현지구에 학교가 없다

입력
2014.09.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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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ㆍ교육청 무사안일행정 표본...650여 초등생들 10리길 통학전쟁

조성원가로 공급해야 할 학교용지, 지주조합이 공사비로 임의매각 탓

교육청 "市가 매각 승인한 때문", 포항市 "그 때는 가만 있더니..."

지난 3월 개교했어야 할 우현초등학교 설립 예정부지.
지난 3월 개교했어야 할 우현초등학교 설립 예정부지.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 토지구획정리사업 지구 주민들은 단지 조성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 들었지만 아직도 매일 통학전쟁을 치르고 있다. 5,800여가구가 입주해 있지만 지난 3월 문을 열기로 한 초등학교가 부지조차 매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650여명의 초등생들은 매일 왕복 10리길이나 되는 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2016년까지 개교를 장담했지만 부지매입을 둘러싸고 땅 주인과 송사까지 걸려 언제 문을 열 수 있을지 미지수다. 포항시와 포항교육지원청은 원래 땅 주인이 학교용지로 지정된 부지를 임의로 건설사에 매각할 때 수수방관하다 뒤늦게 서로 네 탓만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6000가구 주민들은 날마다 통학전쟁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는 지주들이 조합을 결성, 구획정리를 하고 아파트 상가 등을 조성 중인 신흥주택지구다. 1996년 사업 시작 후 지금까지 5,800여가구가 입주했지만, 지금까지 초등학교 하나 없다.

지난 3월 문을 열기로 한 우현초등학교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650여명이나 되는 초등생들은 1.5~2㎞나 떨어진 두호와 항도초등학교에 통학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등하교 때 승용차로 자녀들을 통학시키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대부분 학생들은 사설학원 통학차량 신세를 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4년 전 이사할 때 올해 학교가 문을 연다는 말만 믿었는데 앞으로도 몇 년은 더 고생할 생각을 하니 분통이 터진다”며 “1, 2학년 어린애들이 매일 왕복 10리길을 학원 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당국을 성토했다.

포항시ㆍ교육청의 어설픈 업무처리가 통학대란 원흉

이는 포항시와 교육청의 안이한 행정 때문이다.

우현중앙초등학교는 약 20년 전 사업 인가 때부터 예정부지를 별도로 지정해 놓았지만 사업시행자인 지주조합측이 자금난으로 이 부지를 2009년 공사비조로 토목공사 시공사인 선원건설에 넘기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관련법에 따라 토지구획정리지구의 학교용지는 조성원가로 교육청이 매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시행자로부터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간 뒤에는 어떻게 하라는 명문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용지를 임의로 매각한 지주조합에게 1차적으로 책임이 있지만, 이를 수수방관한 포항시와 포항교육지원청의 무사안일행정이 더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포항시는 별 생각 없이 학교용지 매각을 승인했고, 교육지원청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뒤늦게 학교설립의 필요성을 느낀 교육청은 2011년 9월 학교설립을 확정하고 부지매입에 나섰지만, 2012년 감사원 감사에서 조성원가가 아닌 감정가 매입은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감사원은 2012년 5월 인근의 장흥중학교 부지를 감정가로 매입한 데 대해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지정된 학교용지는 조성원가로 구입해야 한다”며 담당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우현중앙초등뿐 아니라 인근의 양덕중학교 설립까지 전면중단됐다.

소 잃고도 외양간 방치한 교육청

포항교육청은 감사원 지적 이후에도 2년간이나 팔짱을 끼고 있다가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지난 5월에서야 지주조합을 대상으로 학교용지 매매계약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조성원가로 매입을 추진했지만, 선원건설이 원가의 2배가 넘는 가격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명했다.

포항시ㆍ교육청은 서로 ‘네 탓’만… 주민고통 외면

상황이 이런데도 포항시와 교육청은 서로 ‘네 탓’만 일삼고 있다.

지주조합의 학교용지 매각을 막았어야 할 포항시는 “교육청이 우현지구 조합의 환지계획 수립 때 학교용지 매입 의사를 분명히 하지 않아 매매가 가능한 체비지로 분류됐다”며 교육청에 공을 떠넘겼다. 포항교육청은 “포항시가 학교용지를 매각할 수 있도록 승인한 포항시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학교용지 매각 이전에 이미 2,000가구 이상 입주했거나 공사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학교설립의 필요성을 예상할 수 있고, 학교용지 매각을 불허했어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기약 없는 학교 설립… 끝없는 주민 불편

우현중앙초등 건립은 2016년3월까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소송이 빨리 진행되더라고 민사소송 특성상 대법원까지 갈 경우 2, 3년 걸릴 수 있고, 설계에 7개월, 최소 공사기간 1년인 점을 고려하면 교육청이 승소하더라도 4, 5년 뒤에나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포항교육청은 소송결과와 무관하게 먼저 실시설계를 한 뒤 올 연말쯤 1심 선고공판에서 승소하면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착공, 2016년까지 개교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다.

패소할 경우 결국 감정가로 매입해야 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1년 11월 기준 경북도교육청이 옛 ‘토지구획정리사업법’에 따라 조성원가로 매입해야 하는 학교용지는 16곳 515억5,900만원에 달한다. 이를 감정가로 매입하게 되면 9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는 소송을 할 리 있느냐”며 “승소해 상대인 조합이 항소하면 2016년 3월 개교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소송 외에는 더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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