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불허 취소 소송 끝내 패소
법원 "집시법 위반해 질서 해쳐...문제 안 일으키면 추후 재신청 가능"
이주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을 유행시켰고, 박범신씨의 소설 ‘나마스테’의 주인공이기도 한 네팔 출신 티베트인 라마 다와 파상(한국명 민수)씨의 귀화 시도가 또다시 좌절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이승택)는 민수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귀화허가신청 불허 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민수씨가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1997년 9월. 단기 비자로 입국한 민수씨는 비자 만료 후에도 출국하지 않아 약 9년에 걸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한국에 머물렀다. 그가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은 것은 2006년 12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면서다. 세 아이를 낳아 기르며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네팔ㆍ티베트 음식점을 운영하던 그는 지난해 1월 법무부에 귀화 신청을 냈다.
하지만 지난 3월 법무부는 “귀화신청인에 대해 ‘품행이 단정할 것’을 요구하는 국적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민수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집행방해 및 집회ㆍ시위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던 민수씨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게 특히 문제가 됐다.
2011년 9월 민수씨는 재개발 업체의 강제 철거를 막기 위한 집회에 참가, 자신의 승합차를 철거에 동원된 크레인에 바짝 붙여 방해하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았다.
민수씨는 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수의 공익활동을 했고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 해 세 자녀까지 둔 점에 비춰 볼 때 법무부의 귀화 불허는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법무부와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수씨의 범죄 사실은 대한민국의 법적 안정성과 질서유지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으로 그 비난의 정도가 크다”며 “법무부가 민수씨의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고 판단한 데에 재량권 일탈ㆍ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귀화허가신청은 그 횟수나 시기 등에 제한이 없으므로 상당기간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방법 등으로 품행이 단정함을 입증해 다시 신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