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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 그 슬픈 두 얼굴

입력
2014.09.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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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부모입니다. 자식 키우는 이 땅의 부모라면 모두 공감하는 일이지만, 좋은 대학 못 나오면 취직은 커녕 기본적인 사람 대접조차 받고 살기 힘든 세상이기에, 우리 집 역시 오로지 공부만이 살길이라 확신하며 두 아이 초등학교시절부터 온 가족이 교육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아내는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학원 리스트를 작성하는가 하면, 용하다는 특강을 따라 다니며 각종 입시정보를 부지런히 물어옵니다. 몸으로 때우는 일을 도맡은 저는 날마다 자식을 학교로 학원으로 부지런히 실어 나르며 그날그날 아이 안색을 살피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요. 이런 부모 노릇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유산도 크게 못 물려줄 가난한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는데 어쩌겠습니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 한답시고 호들갑 떨고 입시위주 교육의 대안으로 인성교육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뭐니뭐니 해도 수능점수 높아야 좋은 대학 가는게 현실인지라 선생님들이 조금 힘들지라도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붙잡아놓고 공부를 시켜주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또 주말과 휴일에도 쉬게 하기 보다는 등교하도록 해서 자율학습을 하도록 독려했으면 하는 게 부모 욕심이지요. 아니, 며칠간의 방학 ‘따위’는 아예 없었으면 좋겠어요. 욕심 좀 더 부리자면, 아예 학교에서 하루 세끼 밥을 다 책임져주고 잠자리까지 마련해 준다면 더 바랄 것 없겠지요.

행여 공부하는 시간 빼앗을까, 마음 흔들려 공부에 방해될까, 왕처럼 떠받들어 가며 ‘오냐오냐’ 자식이 해 달라하는 것은 다 해주면서 키웠지요.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생활인으로서의 능력-무엇 하나 반듯하게 제 손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지만, 성공해서 돈만 많이 벌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세상이기에 크게 염려는 안 합니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어서 하루 중 몇 시간쯤은 공부를 저만큼 밀쳐놓고 밥상머리에 마주앉아 사람 도리를 자식에게 가르쳐주고도 싶고, 말 못하는 아이의 가슴 속 고민도 들어주고는 싶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차라리 한 문제라도 더 푸는 것이 아이 인생에 도움 될 것 같은 망념을 떨치지 못해 감히 엄두를 못 내는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많은 일 가운데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인생의 가장 보람된 일이라 생각해 사범대학에 진학했고, 이루 30년이 넘도록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냅니다. 대학에서는 교직 필수과목이었던 교육원론과 교육학을 허투루 배우지 않았고 교육이 한 인간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의 지대함을 잘 압니다. 학생들의 성실한 학습안내자로서, 본받고 싶은 삶의 전형 모델로서 교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지금도 무거운 어깨와 두려운 가슴으로 아이들 앞에 섭니다.

하지만 입시위주 교육에 함몰되어 본질로부터 너무 멀어진 우리 교육, 세속적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 무조건 일단 이기도록 가르치는 승자중심 무한경쟁주의 교육,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획일주의 교육 실상 앞에서 절망합니다. 이대로 두면 아이들에게 너무 큰 죄를 짓는 것 같아 새로운 교육의 활로를 열 수 있는 나름의 길을 찾고는 있지만 무엇 하나 쉽지 않습니다.

집에서는 어쩔 수 없는 속된 부모의 모습으로, 학교에서는 바른 교육을 꿈꾸고 실천하는 교육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행복한 인생으로의 자기성장을 위한 진정한 공부, 경쟁이 아닌 협동을 배우는 공부, 일등도 꼴찌도 차별 받지 않고 모두가 즐겁고 활기찬 학교를 만드는 일이 어려운 까닭은 저처럼 슬픈 ‘두 얼굴의 교육관’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은 아닐까요? 교육의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 교사의 길을 제대로 따르자니 내 가슴 안에 숨겨진 부모 욕심이 울고, 부모 욕심을 앞세우자니 기진맥진 비틀거리는 우리 교육이 안타깝습니다.

아, 어찌해야 좋을까요.

전상훈 광주 첨단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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