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내린 유럽 전자제품 전시회인 IFA의 최대 화두는 커브드(Curvedㆍ곡면) TV, 웨어러블(Wearableㆍ착용형) 기기, 스마트홈(Smart Home) 서비스였다고 한다. 이런 기술적 흐름 속에서 눈길을 끈 건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었다. 중저가 제품을 출시하던 그들이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과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TCL, 하이센스,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은 TV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제품을 대거 쏟아냈다. TV제조업체인 TCL은 세계 최대 크기의 110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105인치)보다 5인치 더 큰 첨단 제품이다. 또 TCL과 하이센스는 세계 최초로 ‘양자점(Quantum dot) TV’도 공개했다. 양자점 TV는 빛을 내는 광원(光源)으로 기존의 LED램프 대신에 전류를 흘리면 발광하는 반도체결정체(양자점)를 사용해 기존 TV보다 훨씬 선명하고 얇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 차세대 TV로 꼽힌다. 이 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보다 먼저 실물을 공개, 양국 간 기술력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바일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중국 업체의 선전과 일본 업체의 부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IFA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를 처음 선보일 때만해도 생소했던 웨어러블 분야에서 올해는 중국의 화웨이, 레노버, 일본의 소니 등이 원조를 위협할 만한 제품들을 들고 나왔다.
물론 아직까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상용화 수준이나 기술적 완성도, 혁신성 등에서 이들 경쟁사들을 앞서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IFA에 참가하지 않은 애플이 9일(현지시간) 기존의 작은 스마트폰만을 고집하던 방식에서 탈피, 5.5인치 패블릿(Phabletㆍ전화와 태블릿PC의 합성어)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다. 또 디자인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 스마트 워치인 ‘애플 워치’도 처음 내 놓으며 웨어러블 기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애플의 파워로 볼 때 다시 한번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두 영역에서 모두 시장을 주도해 온 삼성으로선 중국 업체의 추격과 애플의 견제를 동시에 받는 상황이 됐다. 삼성은 2분기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샤오미에 내 줬다.
“졸면 죽는다”는 IT 및 전자업계에서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탁월한 기능을 갖춘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 혁신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도태된다. 국내 기업들이 비상한 각오와 혁신으로 재무장해 글로벌 시장 선도에 나서 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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