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간 친환경 엔진 개발 주력… 벤츠가 2005년 지분 모두 사들여
AMG, 고성능 차량 엔진 만들고 벤츠는 차량 생산 역할 분담
"최고의 엔진·튜닝 기술로 스포츠카의 대중화에 앞장"
“스포츠카를 몰 때 느끼는 즐거움을 더 많은 고객이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AMG의 철학입니다. 지난 47년 동안 더 강하고 더 친환경적인 엔진과 차 개발을 통해 쌓아 온 기술력이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토비아스 뫼어스 메르세데스-AMG 회장은 9일(현지시간) 독일 아팔터바흐 AMG 본사에서 열린 고성능 스포츠카 ‘AMG-GT’의 신차 발표회에서 스포츠카의 대중화를 이끌 자신감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GT는 2009년 출시한 SLS-AMG에 이어 다임러 그룹이 5년 가까이 준비 끝에 자체 개발한 두번째 고성능 스포츠카이다.
뫼어스 회장의 자신감은 최근 AMG의 상승세를 근거로 하고 있다. 현재 GT를 포함해 AMG는 26종의 고성능 차량을 생산 중이다. 뫼어스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3만2,000대를 판매했는데 올해는 벌써 2만3,000대를 팔았고 이대로 라면 4만대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는 AMG가 속한 다임러 그룹의 디터 제체 회장과 토마스 웨버 벤츠 연구개발(R&D) 총괄 등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 했다.
평균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스포츠카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AMG는 원래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고성능차로 튜닝하는 작은 회사였다. 1967년 다임러-벤츠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가 에버하드 멜커와 함께 그로사스파크(Grosspach)에서 두 사람 이름과 지명 앞 글자를 따 ‘AMG’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작은 회사는 4년 만에 내놓은 ‘300 SEL 6.8 AMG’를 시작으로 각종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AMG의 성장을 눈 여겨 보던 벤츠는 1988년 파트너십을 맺고, 1993년에 벤츠가 속한 다임러 그룹이 지분 50%를 사들이고 공동 개발한 ‘C36 AMG’라는 신차를 출시했다. 2005년에는 다임러 그룹이 창업자 아우프레흐트로부터 남은 지분 50%를 사들였다.
스포츠카는 소수 마니아들을 위한 차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임러 그룹이 AMG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까닭에 대해 뫼어스 회장은 “스포츠카에 먼저 쓰인 기술들을 나중에 대량 생산 차량에 적용함으로써 더 좋은 차를 만들고 판매량을 늘릴 수 있게 된다”며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BMW의 ‘M’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고성능 차량 개발에 열심이다. 현대차 그룹 역시 정의선 부회장의 지원 아래 각종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며 고성능 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MG는 현재 다임러 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벤츠의 고성능 차량용 엔진을 전담해서 만들고 차는 벤츠가 생산하는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이런 경쟁력의 밑바탕에는 ‘원 맨 원 엔진’ 원칙이 있다. 엔지니어 한 사람이 400개 부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해 엔진 한 대를 전담 제작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이다. 때문에 한 사람이 하루 2,3개의 엔진만 만든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AMG 창업자 아후프레흐트씨는 “모든 엔지니어가 ‘나의 엔진’이라는 확실한 책임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해 온 것이 AMG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AMG는 기존 차량을 맞춤형 차량으로 개조하는 ‘퍼포먼스 스튜디오’를 2006년부터 운영 중이다. 여기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차’를 원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색상, 디자인은 물론 시트 가죽, 마감 소재, 실, 운전대까지 완전히 새로운 차로 바꿔준다. 국내 대기업 회장을 비롯해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차들이 이 곳을 거쳐갔다고 한다.
차량 튜닝을 ‘불법 개조’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강해, 완성차 업체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국내와 너무 다른 환경이다. 튜닝업체를 사들여 또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로 육성하는 다임러 그룹의 행보는 고급 브랜드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아팔터바흐(독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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