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프로그램이 장악한 추석 특집
'이방인' '헬로! 이방인' 제목도 닮아
종편도 대놓고 지상파 고전 리메이크
명절 때마다 논란이 됐던 선정적인 장면은 자취를 감췄다. 설날 특집에 나왔던 걸 그룹의 ‘봉춤’ 대신 가족과 다문화를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온 가족이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느라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참신함은 부족했다. 지상파는 종편이나 케이블의 인기 프로그램을 베끼거나 재탕했고 종편은 지상파의 포맷을 가져다 썼다.
올해 추석은 가을 개편을 앞둔 지상파 3사의 시험 무대였다. '추석 특집'이라고 내건 문패는 대부분 파일럿(정규 편성이 확정되기 전에 내놓는 견본 프로그램)이었다. 먼저 KBS는 3부작으로 '이방인'을, MBC는 '헬로! 이방인'을 방송했는데 프로그램 이름도 비슷한 이들 추석 특집 파일럿은 JTBC의 '비정상회담'을 닮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중 KBS '이방인'은 케냐에서 온 아디, 한국 여자와 결혼한 이탈리아 출신 다비드, 트로트에 빠진 독일인 로미나 등 세 사람의 한국 생활을 밀착 취재했다. MBC '헬로! 이방인'은 게스트하우스에 모인 외국인 청춘남녀 11명의 1박2일 한국 체험기다. 두 프로그램은 형식은 다르지만 한국을 체험하고 한국 생활을 엿본다는 점에서 내용이 흡사했다. 게다가 ‘비정상회담’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비정상회담’은 세련되게 진화한 외국인 토크쇼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시청률이 6%(닐슨코리아 조사)를 넘기도 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60만명을 넘으면서 그들의 생각을 듣는 프로그램의 출현은 환영할 일이지만 시청자는 비슷한 프로그램의 등장에 아쉬움을 느낄법하다.
MBC는 또 '남북한 화합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한솥밥'과 '한이불'을 연속 방송했다. '한솥밥'에서는 개그맨 장동민과 북한에서 온 명성희가 가상부부로 변신하고 가수 슈와 새터민 한서희가 자매로 한 집 생활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한이불'은 북한에서 건너온 아내와 남한 남편이 꾸민 부부 토크쇼다. 남북한의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종편인 TV조선의 '남남북녀',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솥밥’은, 야구 선수 출신인 양준혁과 개그맨 박수홍이 북한에서 온 아내와 가상 부부로 출연하는 '남남북녀'와 비슷하다. ‘한이불’ 역시, 북한의 실상과 목숨을 건 탈북 이야기를 전하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와 닮았다. 그래서 파일럿이라는 명분 하에 이뤄지는 지상파의 종편 따라 하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종편이 지상파를 베끼는 경우도 있었다. 종편인 JTBC는 여성과 남성팀으로 나눠 방청객의 응원 속에 대결을 펼치는 ‘게임의 제왕’을 방송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KBS의 장수 프로그램이었던 '가족오락관'(1984~2009)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게임의 제왕' 제작진은 "국민 예능프로그램이었던 ‘가족오락관'과 '도전! 1,000곡'을 리메이크해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털어놓으며 지상파와 달리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KBS의 '당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개그콘서트'와 '쟁반 릴레이송', SBS의 '주먹 쥐고 주방장', MBC의 '나는 가수다'와 '건강보감 리턴즈' 등은 예전 인기 프로그램을 재탕한 것이어서 식상하다는 인식을 주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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