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밟고 가는 길이 화려하긴 힘들다. 앞선 이가 스티브 잡스쯤 되는 천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림자의 어둠 속에서 그의 존재는 선행자의 부재를 증명하는 엑스트라가 되기 쉽다. 그 때의 스포트라이트는 배경의 어둠을 돋우는 무대장치가 된다.
애플 CEO 팀 쿡이 9일 신제품 설명회장에서 ‘애플 와치’를 선뵈며 웃고 있다. 그는 확신의 미소와 당당한 제스처로 단상 위에 섰지만, 심연 같은 배후의 어둠처럼 그의 마음은 불안할 것이다. 행사 뒤 애플 주가는 떨어졌고,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와 그의 혁신을 조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조롱의 준거는 천재가 키워놓은 기대와 상상력이다.
그는 선행자가 닦아놓은 트랙의 관성 안에서 한없이 커진 수요자들의 상상력보다 빨리 달려야 한다. 천재가 짊어지지 않았던 부담이 그에게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사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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