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확장 시대 끝났다' 수익 나도 비주류 부문 매각 매각대금 신성장사업에 투자
포스코는 철강+에너지 소재
두산, 중공업·건설장비+연료전지
한화는 석유화학·태양광에 '선택과 집중' 사업재편 전략
포스코와 두산, 한화그룹이 과감한 사업 재편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정적 수익에도 불구하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및 신성장사업 위주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 단기적 수익을 노린 문어발식 확장이 결코 그룹의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취임한 권오준 회장이 비주력사업 매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달 매년 수백억 원의 안정적 수익을 안겨준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월 전남 광양의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지분과 제철 부산물 판매회사인 포스화인을 매각하기로 발표한 데 이어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염두에 두고 추진했던 남미 조림사업 법인인 포스코-우루과이도 매물로 내놨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경남 창원의 대우백화점과 포스코건설 소유의 베트남 다이아몬드플라자 백화점도 롯데그룹에 넘기기로 하는 등 계열사 사업분야의 매각도 병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대신 철강을 핵심 축으로 삼고 에너지와 소재를 신성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석탄발전회사 동양파워를 인수하고 리튬 직접 추출기술 상용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창출에 안주하기 보다 비핵심사업 매각을 통한 체질강화가 더 시급하다”고 전했다.
사업재편의 ‘모범생’으로 평가 받는 두산그룹도 이달 초 두산동아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소비재 사업에서 손을 뗐다. 두산동아는 지난해 7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주력사업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매각 이유다.
두산은 지난해와 올해도 버거킹과 KFC 매각을 통해 식품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식품, 의류, 주류 등 주력사업과 관련 없는 소비재 사업을 최근 20년간 모두 정리했다. 매각자금은 주력사업에 투자해 현재는 중공업과 건설장비 전문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연료전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지난 7월 관련 분야의 기술력이 뛰어난 2개사를 국내외에서 인수했다.
확실한 현금 창출원이 없어 고민에 빠졌던 한화그룹은 태양광과 석유화학, 첨단소재산업을 3대 사업분야로 결정하고 최근 여기에 맞춰 포장지 제조업체 폴리드리머와 24시간 편의점 씨스페이스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제약업체인 드림파마와 소재업체인 한화 L&C의 건자재 사업부문도 올해 들어 그룹에서 분리했다. 주력 사업과 연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한화의 방침이다.
한화는 대신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지난달 KPX화인케미칼과 호주의 태양광업체를 사들이는 등 주력사업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굴지의 다국적 화학회사 다우케미칼의 기초화학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각과 인수를 동반한 사업재편은 일부 대기업에 국한한 문제는 아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들의 사업 재편이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돈이 된다고 여러 가지 사업을 끌고 가던 시절은 지났다”며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기업들의 인식이 절박하기 때문에 사업 재편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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