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거래도 다소 활기를 띠고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1ㆍ4분기와 비교할 때 뚜렷한 변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재건축이 예정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값이 급등했고, 오르는 전세값 때문에 빚을 내서 집을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주변의 사례를 들어 보겠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사는 A씨는 집주인이 전세값을 1억6,000만원을 올려주든지, 월세를 80만원을 내라고 하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때문에 이사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전세 스트레스가 싫어서 얼마 전 2억6,000만원을 빌려 3억2,000만원짜리 집을 무리하게 구입한 B씨는 빠듯한 월급에 이자 부담이 걱정이다. 정부의 부동산활성화 대책이 결코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강남 인근지역에서 외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이주를 시작하는 강남 인근지역 재건축단지가 강남구 8개, 서초구 10개, 송파구 2개, 강동구 7개를 포함, 총 31개 단지 3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현재 이들 아파트 주민들은 절반 이상이 세입자로 알려져 있다. 이주가 본격 시작되면 전세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결국 전세값이 올라갈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강남의 전세값을 걱정하는 이유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강남 전세값이 오르면 강북이나 수도권지역의 전세값이 덩달아 올라가고 최종적으로는 서민들이 피해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집주인의 월세 전환 요구도 걱정거리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자 오른 전세값만큼 월세로 전환해달라는 것이다. 통상 집주인들은 월세 전환 때 연리 6% 이상을 요구하니 세입자는 죽을 맛이다. 정기예금에 넣어봤자 세금 떼면 연리가 2%도 안 되는데 무려 3배 이상을 내라는 것이다.
재건축활성화 대책은 태생적으로 전세난을 예고하는 정책이다. 재건축활성화를 골자로 한 9ㆍ1 부동산대책에서 전세 수요의 매매전환 유도나 입주 예정 아파트의 조기 입주 등 미약한 후속대책만 거론됐을 뿐, 전ㆍ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 등은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애초 전ㆍ월세 시장은 폭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전ㆍ월세 시장에 유의해 세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재건축 시기를 조절해 한꺼번에 이주를 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세난을 피해 집을 구매하는 서민들에게도 장기저리의 주택자금을 공급하는 방안 등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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