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8곳 취소 토론해 보자" 서울시교육청의 협의 신청 거부
현 정부서 추진 100% 추첨제도 "교육감 재량권 남용" 제동 걸어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8곳에 대한 재지정 취소 절차에 착수하자 교육부가 5일 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협의 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현행 고교 체제를 왜곡시키는 주 원인으로 지목된 자사고 문제에 대해 “만나서 토론하고 문제를 협의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10년 자사고 도입 이후 고교 서열화가 심각해지고, 일반고 슬럼화 등 여러 문제가 불거져 나왔음에도 정작 이명박 정부 시절 제도를 도입했던 교육부는 자사고 정책에 대한 개선책을 찾기 보다 ‘자사고 살리기’와 진보 교육감의 발목잡기에만 매달려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4일 종합평가 결과 재지정 취소 대상인 자사고 8곳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자사고의 모집 전형 방식을 100% 추첨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입학 전형 방식을 100% 추첨제로 바꾸는 것은 박근혜 정부 초기 교육부가 추진했던 자사고 정상화 정책을 대신 이어 추진하는 것으로 과격한 정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해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의 하나로 100% 추첨을 통한 신입생 선발 방식을 자사고에 적용하려 했으나 자사고의 반발로 무산됐었다.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가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면서 고교가 서열화되는 결과가 발생했고,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는 그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불과 1년만에 자신들이 추진했던 방안에 대해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때문에 조희연 교육감은 “국회와 교육부, 국민이 참여해 자사고 등 고교체제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교육부가 추진했던 정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인데 교육부가 ‘즉각 반려’, ‘시정명령’ 등으로 아예 협의를 거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제안에 대해 황우여 장관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결정되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화를 피하면서 교육부가 힘을 쏟는 것은 교육감의 권한 축소다. 일부 진보교육감들이 교육 개혁 정책을 위해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임용하자,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바꿔 장학관ㆍ교육연구관의 자격 기준을 ‘7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가진 교사’에서 ‘교장 교감 교육전문직 등 1년 이상의 전문 경력’으로 강화했다.
자사고 지정 취소로 인한 갈등이 불거지자 ‘교육감이 자사고 취소 시 교육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개정하기로 해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을 사실상 박탈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심지어 교육부는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에서조차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한 행정대집행을 미복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임자를 직권면직하는 데 적용(▶ 관련기사 보기)하려는 등 과잉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는 진보교육감들이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최근 교육부의 행보를 보면 유신 시절 긴급조치가 부활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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