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날' 사진전 여는 고경원씨
1년간 한·일 섬 오가며 고양이 담아
14일까지 서울 종로구서 무료전시
“사람과 마주치면 도망부터 가고 쓰레기봉투를 뜯는 고양이를 보면 무서워하거나 거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쉽게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학대나 괴롭힘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고, 우리와 같은 공간을 쓰며 희로애락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인터넷매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을 운영하는 고양이 전문작가 고경원씨는 2009년부터 9월 9일에 ‘고양이의 날’행사를 열어왔다. 9월 9일은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속담에서 따온 것으로, 9개의 목숨만큼 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기를 기원하는 ‘아홉 구(九)’, 아프지 말고 오래 주어진 삶을 누리기를 응원하는 ‘오랠 구(久)’에서 따왔다. 고 작가는 “고양이의 날을 정한 것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매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담은 것”이라며 “짧고 고단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도 의연하게 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 작가가 기획한 올해 행사에는 고양이 사진을 전시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대영씨와 여행작가 박용준씨가 함께 참여했다.
이번 고양이의 날 전시회의 주제는 ‘고양이, 섬을 걷다’이다. 고 작가는 여수 거문도, 부산 동백섬, 제주 가파도 등 한국과 나오시마, 데시마 등 일본 섬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김 작가는 제주도에서 1년간 머물며 촬영한 고양이들을, 박 작가는 후쿠오카현의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아이노시마의 고양이를 사진에 담아 전시한다.
세 사람은 “섬이라는 곳은 독립된 공간이다. 도시의 고양이들이 로드킬이 되거나 학대 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섬고양이들은 여유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업에 피해를 준다고 해서 적대시하고 경계하는 곳도 있고 낚시꾼들이 생선을 나눠주는 곳도 있다”며 “이들 모두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게 아닌 사람에게 다가오는 고양이들을 사진으로라도 전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와 사람 모두가 행복한 공간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작가는 “2002년 7월 길고양이를 찍기 시작한 이후 그들에게 주어진 삶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중성화수술(TNR)사업,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의 연대 등 12년 간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로 ‘고양이의 날’ 6회를 맞아 5~14일 서울 종로구 화동 갤러리가비에서 무료 전시 행사를 연다. 이들이 찍은 한국과 일본의 섬고양이 사진 40여점이 전시된다. 또 작가들이 펴낸 길고양이 에세이와 세계 고양이 사진가들의 사진집도 볼 수 있다.
“올해 추석연휴 여행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 머물러야 한다면 사진이기는 하지만 고양이를 찾아가는 섬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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