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5월 31일 공화당 당의장 김종필은 탈당계와 함께 모든 공직을 내던진 후 부산으로 떠났다. 박정희의 3선 개헌 반대세력이었던‘국민복지연구회’파동 때문이었지만 그보다는 권력 2인자로서의 숙명이었을 것이다. 6월 2일 부산 극동호텔을 뒤지던 한국일보 김경태기자는 구태회 의원과 바둑을 두고 있는 김종필을 발견하고 최대한 몸을 숙여 셔터를 눌렀다. 검은 선글라스에 비친 희고 검은 바둑돌이 정치적 선택의 심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병마와 싸우며 내년이면 졸수(卒壽·90)에 이르는 그에게도 마지막 ‘신의 한 수’가 남아 있을까.
손용석 사진부장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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