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1개 각 성(省)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중국 전체 GDP를 초과하는 ‘이상한 셈법’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각 성 정부가 GDP를 부풀려서 발표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31개 성의 GDP 총합은 30조3,000억위안(약 5,020조원)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 전체 GDP는 26조9,000억위안(약 4,457조원)에 불과하다. 이론상으로는 각 지방의 GDP 총합은 전국 GDP와 같아야 하는데, 무려 3조4,000억위안(약 563조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사실 중국 31개 성의 GDP가 중국 전체 GDP보다 많은 기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청년보는 4일 국가통계국 자료를 토대로 이미 2004년 각 성의 GDP 총합은 전국 GDP보다 8,000억위안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2005년엔 이 차이가 1억4,000억위안으로, 2008년엔 2억위안으로 더 커졌다. 이어 2010년엔 3억5,000억위안, 2012년엔 5.7억위안, 지난해엔 6.6억위안까지 증가했다.
이처럼 중국 각 성의 GDP 합계가 전국 GDP보다 많고 그 차이도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각 성 정부가 실적 상 이유로 GDP를 부풀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GDP로 성과를 평가 받는 각 성의 서기나 성장은 자신의 임기 내 GDP 증가율이 전년보다 하락하는 것을 용납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수법은 ‘공업증가치’를 중복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원칙적으로는 법인의 본사가 있는 곳에서만 계산해야 하는데도 관할 지역에 공장이 있을 경우 지역마다 이를 중복으로 계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중국은 GDP로 모든 것을 평가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3월 “GDP만 단편적으로 추구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지난 6월 “단순히 GDP 성장률만으로 영웅을 논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GDP 지상주의’, ‘GDP 숭배론’의 오래된 습관이 쉽게 고쳐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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