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 등 국내 첫 발행 추진
연 6%이상 고수익 보장하지만 만기 길고 중도 환매도 어려워
조건에 따라 원금 떼일 수도
은행들 줄줄이 발행 준비 / 당국, 개인투자 10억으로 제한 검토
은행이 발행한 채권. 그런데, 은행이 문을 닫지 않아도 원금을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터무니 없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 이런 채권이 곧 등장한다. 바로 코코본드다. 발행업체 상황이 나빠지면 손실을 투자자가 떠안아야 한다. 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품이 높은 관심을 끄는 건 높은 금리 때문. 예금금리가 1%대에 불과한 초저금리 시대에 연 6%가 넘는 고수익을 제공한다. 당연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은행들 너도나도 코코본드 준비
JB금융지주는 지난달 19일 금융감독원에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겠다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우리은행이 4월 미국에서 10년 만기로 10억달러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첫 시도였다. 우리, 기업, 부산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코코본드 발행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퉈 코코본드 시장에 뛰어드는 건 재무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 작년 말부터 시행된 국제금융협정인 바젤Ⅲ 하에서 후순위채권이 은행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자, 자본으로 인정되는 코코본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코코본드 시장은 급성장하는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너도나도 발행에 나서면서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8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코코본드의 장점은 높은 금리이다.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평균 2.5~3.0%포인트 정도 높다. JB금융 코코본드 이자는 연 5.7~6.2% 정도에서 결정될 전망.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시대에 이 정도 수익을 주는 채권은 코코본드 뿐이어서 투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실 위험성으로 국내 흥행은 미지수
문제는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이 주식보다 더 크다는 점. 은행 등 발행업체가 경영개선명령을 받거나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의 상황이 되면 이자 지급 중단, 주식 전환, 심지어 원금 상각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이런 결정권한은 순전히 발행업체가 갖는다. 주식으로 변환되면 투자자는 ‘채권자’에서‘주주’로 바뀌기 때문에 이자를 받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주가하락의 손실을 걱정해야 한다. 상각되면 채권은 휴지 조각이 돼 원금까지 날린다.. 만기가 30년 정도되는 데다 중도 환매가 어려운 것 역시 큰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한 달이 훨씬 넘도록 JB금융의 국내 첫 코코본드 발행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 금융당국은 벌써 세 차례나 보완조치를 요구하며 승인을 미루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칫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 코코본드의 일반 개인투자자 청약한도를 10억원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 발행조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는 코코본드의 높은 리스크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코본드 발행을 준비 중인 은행들은 볼 멘 소리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코본드의 손실 위험 조건을 명확히 하는 식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코코본드 (Contingent Convertible Bondㆍ조건부 자본증권)란
평소에는 채권이지만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져 부실화하면 주식으로 변환되거나 상각돼 원리금을 떼일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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