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인대회 우승 후 왕관을 들고 잠적했던 미스 미얀마 메이 타 테 아웅(16)이 미얀마 양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신성형수술과 접대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대회 주최측은 고소 방침을 밝혔다.
아웅은 지난 5월 19일부터 31일까지 서울서 열린 ‘미스 아시아퍼시픽월드 2014’ 우승자로 선정됐으나 주최 측이 지난달 26일 우승을 취소하자 시가 2억원의 왕관을 들고 잠적했다.
한국에서 K팝 가수가 되려고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아웅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승 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형수술을 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음반 발매 자금 마련을 위해 재계 거물들이 원할 때마다 접대에 나서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회 주최 측이 내 나이를 16세에서 18세로 수정했다. 끝까지 항의하지 않은 것이 내 유일한 실수”라며 “내가 왕관을 훔쳐 간 것처럼 몰고 간 주최 측의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허위사실로 대회와 조직위 이미지를 실추시킨 아웅을 형사 고소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대회는 상위 입상자에게 상금을 주는 대신 성형수술을 지원해준다”며 “아웅 본인이 ‘엉덩이와 가슴 성형을 하고 싶다’고 요구했고, 가슴 성형수술비로 1,000만원을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웅이 서명한 수술동의서 등 증거서류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조직위 관계자는 “아웅은 오는 11월 가수 데뷔를 목표로 공연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트레이닝을 받아왔다”며 “하지만 아웅이 한국식 합숙 훈련을 거부, 마찰을 일으켜 8월 26일 대회 우승 취소를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류 전파를 위한 국제 엔터테이너 양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스 아시아퍼시픽월드는 올해 4회째를 맞았다.
양측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아웅의 기자회견 이후 미얀마 현지는 반한 감정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타임스 등 현지 모든 언론들은 앞다퉈 이번 사태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경기 안산에서 일하는 미얀마 출신의 한 외국인 노동자는 “고향에 있는 가족과 동료들이 이번 사건을 전부 알고 있다”며 “왜 나이 어리고 힘없는 여성을 괴롭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미얀마 내 반한 감정 상승으로 현지 한인 사회는 크게 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12월 미얀마 국가대표 축구팀이 44년 만에 자국에서 개최한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하자 박성화 당시 감독을 원망하는 반한 감정으로 주민 폭동이 발생, 한인 상점이 공격받는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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