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 퇴근해서 밥 잘 먹고 샤워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걷고 하루를 무탈하게 마무리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던가, 마른 수건을 잘 개서 수납장에 넣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바닥에 남아 있던 물기에 미끄러지면서 크게 뒤로 넘어졌다. 과장하지 않고 약 30초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몸이 상체부터 떨어지면서 오른쪽 등 뒤로 이어지는 옆구리가 문턱에 찍힌 것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아프고 상체를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엄습했다. 자연스레 갈비뼈 골절이 의심됐다. 이튿날 아침에도 통증이 여전하길래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의 검진을 받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갈비뼈 두 개가 금이 갔다는 소견이 나왔다. 요즘은 엑스레이를 인화된 필름으로 보지 않고 모니터로 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처방 받고 주사도 맞고 약도 타왔다. 나를 위로하려고 그랬는지 의사분 말씀이, 갈비뼈는 금이 가든 안 가든 치료 방법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약 잘 먹고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조금씩 통증도 사라지고 회복이 된다고. 그런데 그 순간 엉뚱하게 갈비뼈라는 뼈에 대해서 상상하게 되었다. 다리나 팔에 있는 뼈는 몸의 구조를 이루는 것이지만 갈비뼈는 폐 같은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그런가. 갈비뼈는 부러지거나 금이 가도 별다른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것. 어쩐지 갈비뼈의 희생 정신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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