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점 김선영씨… 1차 시험에서도 수석한 실력파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본 게 도움"
최연소 박종홍씨… 손가락 장애 이겨낸 노력파 "부모님 생각하며 앞만 보고 공부"
최고령 김선의씨… 6년 준비 끝에 성공, 올해 46세 "물심양면 지원해 준 아내에 감사"
공인회계사 최고득점ㆍ최연소ㆍ최고령 휩쓴 성대생 3인방
지난달 28일 발표된 제49회 공인회계사 시험의 최고득점, 최연소, 최고령 합격자 타이틀을 성균관대가 휩쓸었다. 한 학교에서 최고득점자와 최연소ㆍ최연장자가 모두 나온 건 시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을 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만났다.
총점 453점(550점 만점)을 받아 최고득점자로 등극한 인물은 경제학과 3학년 김선영(21)씨. 지난해 1월부터 준비해 올해 1차와 2차 시험을 동시에 통과했다. 그는 1차 시험에서도 수석을 한 실력파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씨는 “고시의 일종이니까 많은 양의 내용을 누가 정확히 파악하느냐의 싸움이더라. 같은 책을 반복해서 많이 본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김씨의 친오빠 또한 이번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김씨는 현재 여러 회계법인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진로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가 눈길을 끄는 박종홍(20)씨는 최연소 합격자다. 경영학과 3학년으로 지난해 여름 시험 준비에 돌입, 10개월 만에 합격했다. 엄지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는‘상지관절장애’로 펜을 남들처럼 잡을 수 없지만 장애는 회계사가 되겠다는 일념을 꺾지 못했다. 그는 “검지에 굳은 살이 생길 때까지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노력파다. 수험 기간 동안 하루에 말을 하는 시간이 15분도 채 되지 않은 적이 많았다. 앞만 바라보고 가는 데에는 가족의 영향도 컸다. “외환위기 이후로 아버지가 실직하고 어머니가 돈을 벌었어요. 정말 미인이셨는데 10년 만에 폭삭 늙으신 걸 보고 더 이상 고생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거죠.”김씨는 현재 ‘빅3’ 중 하나인 삼정회계법인에 입사가 확정됐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온 김선의(46)씨는 합격자 중에 최연장자. 합격자 평균 나이가 26.3세인데 김씨는 이보다 20살 가까이 많다. 1995년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다. 은행에서 일하다가 세무 분야 공무원이 됐고 다시 회계사로 마음을 돌렸다. 1차에서 합격한 2010년에는 시험에 매진하기 위해 회사에서 퇴직했다. 당시 큰 아이가 8세, 둘째가 5세였다. 좋은 직장을 왜 관두냐며 반대도 심했다. “나중에 자꾸 떨어지니까 그만두고 취업하란 이야기를 친한 친구들로부터 들었을 때 정말 슬펐죠.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아내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한편 이번 공인회계사 시험에는 총 886명이 최종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대학별로는 연세대(106명)가 1위, 고려대(105명)가 2위, 성균관대(72명)가 3위를 차지했고, 중앙대(62명) 서강대(49명) 등이 뒤를 이었다.
권재희기자 luden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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