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개방돼도 공세 차단할 수준" 농민 의견 수렴과 국회 보고 거쳐 이달 중 확정해 WTO에 통보 예정
가격 낮은 중국산 기준 산정한 듯 일부 국가 "미국산 기준해야" 주장
정부가 500% 이상의 쌀 관세율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했던 400% 안팎보다 크게 높은 수준. 500%대 관세율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10만원짜리 수입쌀이 국내에선 60만원 넘는 가격에 팔리게 된다. 이 정도면 내년부터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되더라도 수입쌀의 공세를 거의 차단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쌀 관세화, 즉 전면 개방에 반대해온 농민단체들의 반발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쌀 시장 관세화 후 수입쌀에 부과할 관세율이 50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하려 한다”면서 관세율이 504% 정도가 될 것이란 관측에 대해 “그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관세율 및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중국의 수입 쌀값을 이용해 관세율을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문에 따르면 관세율은 1986~1988년 3년간 국내 쌀값에서 수입 쌀값을 뺀 차이를 기초로 산정한다. 한국은 당시 쌀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수입 쌀값 계산이 곤란한 상황. WTO협정은 이 경우 인접 국가의 수입 쌀값을 대신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의 수입 쌀 값을 사용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수입 쌀 값을 쓰면 관세율이 더 높게 나온다. 국내산 쌀값은 높을수록, 수입 쌀값은 낮을수록 높은 관세율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등의 통계를 보면 1986~1988년 중국과 일본의 수입쌀 값은 ㎏당 각각 147원, 180원이다. 이 값들을 이용해 관세율을 산정하면 504%, 396%가 나온다. 다만 기준 품종이나 평균치 구하는 방식 등을 바꾸면 이 관세율에서 ±5%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일부 국가들은 당시 한국이 수입했던 미국산 중립종 쌀값(kg당 273원)을 국제수입가격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험용 등 제한된 용도로 미미한 양만 수입했기 때문에 국제수입가격으로 삼기 부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보다 중국 수입 쌀값을 쓰는 게 오히려 WTO의 깐깐한 검증을 통과하는 데 더 유리할 거란 관측도 있다. 당시 일본은 태국에서 연간 1만6,000~1만9,000톤의 쇄미(부서진 쌀)를 수입했고, 이마저도 밥쌀용이 아닌 술 원료로 썼다. 반면 중국은 태국 베트남 등 5, 6개 국가에서 많게는 연간 150만톤까지 밥쌀용 쌀을 수입했다. 이정환 GSnJ 이사장(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관세율 산정시 일본 수입 쌀 값을 대입하면 상대국들이 ‘밥쌀용 쌀이 아니라 국제수입가격 기준으로 부적절하다’고 공격해올 공산이 높다”고 지적했다. 밥상용 쌀을 대규모 수입했던 중국 수입 쌀 값을 쓰는 게 꼬투리 잡힐 여지가 적다는 얘기다.
정부는 국회 보고를 마치고 이르면 9월 중순 최종 관세율을 발표할 예정.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 전까지 농민단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쌀산업발전협의회에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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