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람도 사물도 제자리에 있을 때 더 빛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람도 사물도 제자리에 있을 때 더 빛나

입력
2014.09.02 20:37
0 0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백범 글씨 손에 넣고 욕심났지만 중재자 본분 지키려 기증 서둘렀죠"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집무실에서 백범 선생의 글씨 ‘天君泰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집무실에서 백범 선생의 글씨 ‘天君泰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군태연 사진
천군태연 사진

김종규(75)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재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은 이산가족을 찾아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1962년 도난 됐던 백범(白凡) 김구(金九·1876∼1949년) 선생의 글씨 ‘天君泰然(천군태연ㆍ사진)’을 찾아 52년만인 지난달 27일 원래 주인인 강릉 선교장(중요민속자료 제5호)에 기증했다.

이 글씨는 백범 선생이 광복 후 귀국해 73세 되던 1948년 4월 당시 선교장 주인이었던 이돈의(李燉儀) 선생에게 보낸 글씨다. 이 선생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남몰래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선비의 의연한 마음가짐을 표현한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당지(唐紙)에 횡조로 ‘天君泰然’ 넉자가 호방하게 씌어있다. 글씨 오른쪽에는 ‘李燉儀 志士’를, 왼쪽에는 ‘白凡 金九’라고 적었다. 천군은 ‘사람의 마음’을, 태연은 ‘머뭇거림이나 두려움 없는 기색’이란 뜻으로 선비의 의연한 마음가짐을 뜻한다.

평소 지금의 선교장 관장인 이강백 회장과 친분이 있던 차에 경매를 통해 우연히 작품을 얻게 돼 기증하게 됐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주목 받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낙찰 가격은 알리지 않기로 했다. “노년기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작품 곳곳에 서린 활달하고 뛰어난 작품성과 필자의 인격, 덕망 등을 고려할 때 가격을 매기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입니다.”

그는 아직 ‘일의 반쪽’이 남았다고 했다. 당시 백범 선생이 ‘天君泰然’과 함께 보낸 또 다른 글씨 ‘天下偉功(천하위공)’도 1962년 없어졌으나 아직 소재가 묘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시 백범 선생은 선교장에 두 작품과 백범일지 한 권을 함께 보냈다. ‘천하위공’을 찾아 제자리에 돌려줘야 일이 마무리 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에 기증한 천군태연, 중재자 역할을 했던 경천, 앞으로 찾아야 할 천하위공 모두 ‘하늘 천(天)’자가 들어간다”며 “천하위공도 곧 제자리를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삼성출판박물관 관장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사실 수집가의 한 사람으로써 작품을 손에 넣었을 때 욕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글씨가 얼마나 호방하고 힘찼던지, 막상 기증하려고 보니 마음이 흔들리더라구요. 그래서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제자리를 찾아 주자는 생각에 기증식을 서둘렀죠.”

천군태연 기증을 계기로 ‘잃어버린 우리 집 ○○도 찾아주세요’라는 제보가 많이 답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제 자리에 있을 때 더 빛이 나고 가치가 있죠. 앞으로도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라며 웃었다. 강릉 선교장은 천군태연을 선교장 문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