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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진 '北의 외출'… 외교고립 탈피 위한 시그널인가

입력
2014.09.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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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교 거물 姜 노동당 비서 6일부터 독일 등 4개국 순방

"대미 관계 돌파구 포석" 관측… 북핵 문제 논의 등 행보 주목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

북한 외교정책을 총괄해온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6일부터 열흘 간 유럽 4개국을 순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외교의 거물인 강 비서가 유럽을 찾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모종의 임무를 띤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선 제기된다. 특히 그가 대표적인 미국통이라는 점에서 북핵협상과 대미관계 등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강 비서가 오는 6일부터 16일까지 열흘 동안 독일을 시작으로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 4개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강 비서의 방문은 유럽연합(EU) 의회의 초청에 따른 ‘당 대 당’ 교류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강 비서가 내각이 아닌 노동당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에 EU 의회가 회원국의 정당을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 비서의 위상과 이력을 감안할 때 단순한 ‘당 대 당’ 차원의 교류를 넘어선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강 비서는 경수로와 중유를 받는 조건으로 핵 동결과 핵 시설 해체 등에 동의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킨 인물로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핵 외교의 사령탑이기도 하다. 때문에 유럽 현지에서 실제로는 대미 외교활동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강 비서가 로버트 갈루치 미국 측 대표와 담판을 벌인 현장도 유럽이었다.

특히 미국 정부 당국자가 최근 군용기를 통해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했다는 설이 제기되고 이달 말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미간 접촉이 활발해지는 시기와 맞물려 강 비서의 대미 외교활동설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 관계자는 “강 비서는 이미 미국과의 관계는 김계관 제1부상에게 맡기고 손을 뗀 상황이어서 유럽 방문 중 북미간 접촉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부정적으로 분석했다.

강 비서의 스위스 방문 시기(11~13일)에 일본 총리실 납치문제대책본부 수장도 납북 일본인 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10일) 참석을 위해 제네바에 머물 것으로 알려져 북일 간 고위급 접촉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 비서가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는 항공편 등의 이유로 중국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 소홀해진 북중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중국 고위 관계자와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강 비서의 유럽 방문은 한반도 이해관계 당사자인 미중일과의 연관성 속에서 해석되는 셈이다. 또한 강 비서의 행보는 2차 남북고위급 접촉과 유엔총회에서의 남북 외교장관 회담 추진 등과 맞물리면서 한반도 정세 완화에는 긍정적 시그널로 조명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리 외무상이 최근 중동ㆍ아프리카 및 아세안 국가를 방문한 데 이어 강 비서가 유럽을 찾음으로써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한 접촉면을 넓혀가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외교적 고립 탈피와 국제사회 제재 이완 등을 목적으로 북한이 공세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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