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민들이 나치 정권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수도 베를린에 세운 기념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독일 수도 베를린에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정권에 조직적으로 살해된 30만 병자와 장애인을 추도하는 국가적 기념비가 들어섰다.

모니카 그뤼터스 독일 문화장관과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은 유족 대표 2명과 함께 2일 베를린의 티어가르텐가 4번지에 설치된 기념비를 제막했다. 기념비는 나치 관료 60명과 이들에게 동조한 의사들이 비밀리에 병자와 장애자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하는 이른바 ‘T4 계획’을 비밀리에 집행한 고급별장이 있던 곳에 자리잡았다. 한 쪽에는 나치가 보호시설과 정신병원 등에 수용된 병자와 지적ㆍ신체적 장애인, 발달장애인, 사회적 부적응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한 전말을 소개하는 패널이 부착돼 있다. 유족 대표 하르트무트 트라우브는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1941년 27세에 가스실에서 죽은 삼촌 벤야민에게 조사를 바쳤다.

나치 정권에 희생된 사회적 약자들을 기리는 베를린시의 조형물로서는 유대인과 동성연애자, 로마족(집시) 기념비에 이어 4번째다. 독일 정부는 2011년 11월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고, 문제의 별장이 철거된 자리에 기념비 건축을 추진해왔다. 울라 슈미트 독일 연방의회 부의장은 “우리는 마침내 30만 장애인과 병자들을 기억할 장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나치 정권의 잔혹한 ‘T4 계획’은 1940년 이뤄졌다. 가담한 의사들은 그 해 1월부터 1941년 8월 사이 독일의 6개 시설에서 병자와 장애인 7만 여명을 가스실에 몰아넣어 살해했다. 이 외에도 2차 대전 종전 무렵까지 굶주림과 방치, 치사량의 진통제 투여 등에 의해 숨지거나 강제 불임수술처럼 불순한 의학실험을 당한 병자와 장애인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1946~47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회부된 일부 의료인들을 제외하고는 ‘T4 계획’에 협조한 의료인들이 처벌받은 경우는 거의 없으며 상당수가 아무런 지장 없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희생자들은 서독이나 동독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거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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