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아파트 거주의무기간 완화 강남 보금자리·위례신도시 혜택
과반 찬성 땐 시공사 미리 선정, 조합과 부패 고리 재현 우려
정부가 내놓은 9ㆍ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주택 재건축이 가능한 연한의 상한선(40년→30년)이 낮아졌고 주건환경이 나빠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혜택은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강남과 양천구 목동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될 전망.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을 허용하면서 불필요한 자원낭비가 커질 것이란 지적이 비등하다.
우선 재건축 연한 상한을 완화하는 방안은 안전진단 기준 조정과 연계돼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1987~1990년 준공된 아파트 재건축 가능 연한이 2~8년, 1991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10년 가량 단축되는 상황.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가 ▦구조안전 ▦노후도 ▦주거환경 ▦비용분석으로 이뤄진 안전진단 항목 가운데 층간 소음이나 일조권 등 ‘주거환경’의 가중치(0.15→0.4)를 크게 높인 반면, 기울기나 내구성이 포함된 ‘구조안전성’은(0.4→0.2) 낮춘 만큼, 새롭게 대상에 포함된 주택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꿈틀거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결국 재건축 수요가 크고 집값이 높게 형성된 지역에만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대상 단지가 많은 상계동 일대 아파트 등 비강남권에 혜택이 집중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지만, 재건축의 수익성 등을 감안할 때 결국 목동이나 강남권이 최대 수혜지일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만든 공공택지지구 내 공공아파트(옛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규제완화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토부는 수도권 내 그린벨트를 50% 이상 해제한 공공택지에 대해 전매제한 기준을 기존 2~8년에서 1~6년으로, 거주의무기간도 1~5년에서 3년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반주택의 분양가가 더 낮아져 오히려 보금자리 주택에 미분양이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인데, 애초 집값이 높게 형성된 강남권 보금자리지구나 위례신도시 등의 공공주택 당첨자들이 큰 혜택을 볼 것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더욱이 도심 재건축 재개발이 증가함에 따라 그로 인한 자원낭비 문제 역시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높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평소 유지관리를 철저히 하면 상당기간 더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는 데 국가적으로 낭비되는 자원과 건축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공사와 조합간 유착을 막기 위해 구청장이 관리자가 돼 추진위원회 구성과 정비업자ㆍ설계자ㆍ시공사 선정,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을 함께 진행하는 ‘공공관리제’에 손을 댄 부분은 서울시와의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공공관리제를 공공지원제로 바꾸고 토지 등 소유자 과반이 찬성할 경우 시공사를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선정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방침. 이에 장동엽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선임간사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에 시공사를 선택하게 되면, 시공사가 조합과 부패의 고리를 만드는 길을 다시 한 번 열어준 것”이라며 “정부는 공공관리제가 자리잡게 하지는 못할 망정 정책을 다시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으로 세입자의 주거안정은 더욱 불안해 졌다고 말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일거에 주택을 허무는 방식의 재건축이 확산되면 도시는 물론 공동체도 수명이 끊기는 것”이라며 “저소득층이나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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