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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그룹 재편 인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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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그룹 재편 인사만 남았다

입력
2014.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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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업 조정 사실상 마무리 단계 이재용 부사장은 전자·금융에 집중

이부진·이서현에 패션·레저 등 넘겨 12월 첫째 주 인사로 재편 마침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 1일 서울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앞에 임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 1일 서울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앞에 임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사업 구도 재편이 1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발표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삼성엔지니어링 1주당 삼성중공업 2.36주 비율로 12월1일에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기업명은 미정이나 삼성중공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관계자는 “엔지니어링은 단순 설계회사로 보일 수 있어 설계 제작 능력을 아우르기 위해 중공업이란 명칭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삼성그룹의 계열사 사업 조정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 들었다. 남아 있는 것은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으로, 분리할 것이란 추측이 있었으나 현재로서는 조정 가능성이 낮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분리 시나리오는 그룹 분할과 관련이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그룹 주력사업인 전자와 금융사업을 집중하고, 여동생들인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에게 나머지 사업을 넘기는 구상과 연결된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꾼 에버랜드에서 건설사업을 하는 점을 감안해 삼성물산의 건설사업이 넘어갈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던 것.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그룹 분할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몰아주는 식 건설사업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설령 그룹 분할을 하더라도 내부 계열사 사업 때문에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을 제일모직으로 넘기기 힘들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 보안 등 여러 이유로 계열사에 건물 설계와 건설을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거 삼성에서 분리된 CJ 신세계 한솔 등도 자체 건설사를 갖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일모직에 이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삼성의 사업 조정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으로 일단락되는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당초 유력 합병 후보로 거론되던 삼성물산이 아닌 중공업과 합친 이유는 사업의 연쇄효과(시너지)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직접 플랜트를 제조하거나 건물을 짓는 시공 능력은 없다. 그렇다 보니 대형 에너지기업으로부터 석유시추시설 등을 수주해도 제작을 위해 조선이나 중공업에 외주를 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주업체 이윤 보장 때문에 단가가 올라가 수주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도 플랜트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제작 능력은 있으나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설계 능력이 없다 보니 설계사 하청 업체로 머무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합병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제작 능력 확보로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삼성중공업의 설계 사업 진출로 이윤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도로, 초고층 건물 등에 강점이 있어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이 추구하는 플랜트 사업과 성격이 맞지 않아 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으로 그룹 사업은 이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ㆍ이서현 사장의 두 계열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이 에버랜드로 이관되며 시작된 삼성의 사업 조정은 같은 달, 삼성SDS가 그룹 통신망을 관리하는 삼성SNS의 흡수통합으로 이어졌다. 대신 에버랜드는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넘겼다.

이어서 올해 2월 제일모직의 전자부품용 소재사업을 부품기업인 삼성SDI로 이관했고, 지난 4월 삼성종합화학과 석유화학을 합병하며 유화 사업을 정리했다. 이로써 전자 금융 중공업과 화학 사업은 이 부회장, 패션 기타 사업 등은 이부진 이서현 사장 쪽으로 정리되는 양상이다. 이날 합병을 발표한 삼성중공업도 17.61%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이며, 삼성엔지니어링은 13.10%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가 최대주주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그룹 인사다. 12월 첫째 주로 예정된 삼성 사장단 인사 때 이 부회장이나 이부진, 이서현 사장 등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의 승진이나 이동이 그룹 재편에 마침표가 될 전망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큰 폭의 사장단 인사를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이 부회장의 승진 가능성은 낮지만 이부진, 이서현 사장은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SK처럼 삼성 브랜드를 공유하는 2개 그룹형태로 정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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